미 항공업계 한달에 12조원 날렸다…유럽 항공사도 줄줄이 적자
"미 국내선 평균 여행객 편당 17명…국제선은 29명 태우고 운항"
독일 루프트한자 "한 시간에 13억원씩 유동성에 구멍 난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으로 각국 봉쇄와 여행객 급감 사태가 맞물리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 항공사들이 전례가 없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항공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정부 지원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항공 수요는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CNN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들은 최근 불과 한 달 사이에 100억 달러(약 12조2천700억 원) 넘게 손실을 봤다.
미국 항공업계 단체인 '에어라인 포 아메리카'는 미 상원 청문회 증언에 앞서 미 주요 항공사 비행기 편대 중 거의 50%인 3천여 대가 지상에 발이 묶인 상태라고 밝혔다.
항공편별 평균 여행객 수는 미 국내선이 편당 17명, 국제선이 편당 29명이라고 이 그룹은 전했다. 기내 좌석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운항하는 항공편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이 단체의 니콜라스 칼리오 최고경영자(CEO)는 예약 여행자가 거의 100% 순감했다면서 "항공사들이 모든 기존 티켓을 전부 환불해주고 나면 현금 유동성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결국 파산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항공사들은 6월에 예정된 항공편도 80% 이상 취소했다. 미 항공 여행객 수요는 3월 이후 95%까지 급감했다.
칼리오는 "항공사들은 길고 어려운 길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며 "미끄러진 항공 수요가 V자 형태로 회복된 역사적 사례도 없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미 재무부는 항공산업계에 250억 달러의 현금 지원을 실행했다. 9월 30일까지는 대량 감원을 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10월 1일 3천450명의 관리사무직을 감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도 연내 1만6천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유럽 항공업계도 유동성 사정이 악화일로인 것은 마찬가지다.
유럽 대표 항공사 중 하나인 루프트한자는 1분기에 12억 유로(약 1조5천900억 원)의 적자를 봤다고 이날 밝혔다.
유럽 항공사들은 코로나 대유행 이후 각사 소속 항공편이 사실상 멈춰 선 것이나 다름없어 절망적인 전망이 잇달아 나온다.
루프트한자는 궁여지책으로 독일 정부와 100억 유로 규모의 긴급 지원금 협상을 벌이고 있다. 루프트한자 경영진은 "독일 정부 지원이 미래 생존과 관련한 결정적 단계"라고 말했다.
루프트한자 경영진은 "한 시간에 100만 유로(13억3천만 원)꼴로 유동성에 구멍이 나고 있다"고 한탄했다.
분석가들은 정부 지원이 루프트한자의 구조조정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1만개 일자리 감축 등의 조처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카르스텐 슈포르 루프트한자 CEO는 그러나 "우리는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정부의 관리를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고 말해 선을 그었다.
저비용 항공사인 노르웨이 항공은 30억 크로네(2억8천880만 달러)의 긴급 지원을 받게 됐다. 에어프랑스도 7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