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연방경찰청장 '기습 임명'…발표 30분만에 취임
대법원 반대 피해 취임절차도 비공개로 진행…꼼수 논란 제기될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연방경찰청장을 '기습 임명'하면서 꼼수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브라질정보국(Abin)의 홀란두 알레샨드리 지 소우자 기획관리실장을 신임 연방경찰청장에 임명했다.
소우자 신임 청장은 지난 2018∼2019년 북동부 알라고아스주 지역 연방경찰청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9월부터 정보국에서 근무해 왔다.
소우자 청장 임명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임명 사실을 알리고 나서 30여분 만에 비공개로 임명 절차를 마쳤다.
이는 연방대법원에 의해 또다시 임명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주 알레샨드리 하마젱 정보국장을 연방경찰청장에 임명했으나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의 명령으로 취임식을 치르지 못했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하마젱 임명을 두고 "개인의 목적을 위한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한 중도 좌파 민주노동당(PDT)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하마젱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카를루스 보우소나루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의 친구이며, 2018년 대선 당시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경호를 책임지기도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가족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모라이스 대법관을 강하게 비난했고, 전날 브라질리아에서 벌어진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에서는 의회와 대법원 폐쇄를 주장하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한편, 연방경찰은 카를루스 시의원과 동생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하원의원을 가짜뉴스 유포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3월께부터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경찰은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가짜 뉴스를 퍼뜨려 대법관을 포함해 입법·사법부 고위 인사들을 공격하고 위협·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수개월 전에 이 사실을 알고 마우리시우 발레이슈 전 연방경찰청장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계속 거부당했고, 이는 경찰청장 교체로 이어졌다.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발레이슈 청장 교체를 강행하자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하며 지난달 24일 전격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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