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외국인 이주 근로자에 집중

입력 2020-05-04 16:28
걸프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외국인 이주 근로자에 집중

위생 열악한 외국 근로자 단체 숙소 공격적 검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걸프 지역 국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몇 주간 급증세다. 새로 확인된 확진자는 대부분 위생 조건이 열악한 숙소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외국에서 온 이주 근로자로 파악된다.

3일(현지시간) 걸프 지역 6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6만7천632명으로 2주 전보다 2.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1.5배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걸프 지역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3일 신규 확진자가 1천552명추가됐다. 이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사우디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2일에도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362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사우디 보건부는 3일 새로 나온 확진자 가운데 사우디 국적자는 19%, 외국인이 81%라고 집계했다. 사우디의 외국인 비율이 38%인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에 확진자가 집중된 셈이다.

보건부 자료를 보면 비단 이날뿐 아니라 최근 2주간 확진자 중 외국인의 비율이 80∼90%로 월등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사우디 보건당국이 지난달 17일부터 외국인 집단 숙소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감염 검사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3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의 남녀 비율을 보면 남성이 84%였으나 여성은 16%에 그쳤다.

사우디 전체 인구 가운데 사우디 국적자만 보면 남녀 비율은 51대49로 비슷하지만, 외국 국적자는 69대31로 남성이 여성의 배가 넘는다.

이는 사우디의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인력 가운데 남성이 절대다수여서다.

사우디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은 입주 가사도우미가 많아 남성과 달리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만큼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작고 그 결과 확진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보건부는 3일 확진자가 전날보다 679명(4.6%) 증가했다면서 "새로 확인된 확진자 대부분이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외국인 이주 근로자다"라고 발표했다.

카타르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주 전까지 하루 400명 안팎이었다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주 노동자의 단체 숙소를 공격적으로 검사하면서 지난달 27일 최고 957명까지 증가했다.

쿠웨이트 보건부는 3일 보고된 신규 확진자 364명 중 295명이 인도, 이집트, 방글라데시,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이주 근로자라고 집계했다. 이날 쿠웨이트의 신규 확진자 수는 발병 뒤 최다치였다.

바레인 보건부도 3일 보고된 확진자 72명 가운데 67명이 외국인 이주 근로자라고 설명했다.

인구대비 검사 수가 세계적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도 3일 가장 많은 일일 신규 확진자(564명)를 기록했다.

UAE는 국적별 확진자를 발표하지 않지만, 외국인 이주 근로자 거주 지역을 집중적으로 검사한다고 밝혔고 자국민의 비율이 11%로 적은 만큼 이들 집단의 확진자가 대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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