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도 조용한 노동절…광장 대신 발코니서 국기 흔들어

입력 2020-05-02 07:30
쿠바도 조용한 노동절…광장 대신 발코니서 국기 흔들어

코로나19로 대규모 행진 취소…칠레서는 시위 참가자 연행되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해마다 5월 1일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쿠바 수도 아바나의 혁명광장에 올해는 적막이 감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동절 행사와 집회가 취소된 탓이다.

코로나19로 노동절 풍경이 바뀐 것은 전 세계가 공통이지만 쿠바의 경우 그 변화가 더 두드러졌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노동절은 연중 가장 큰 기념일이자 축제와도 같은 날이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혁명 이후 매년 노동절이면 혁명광장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행진 등이 펼쳐졌다. 전국에서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혁명 만세', '노동절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곤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쿠바에서 노동절 행사가 열리지 않은 것은 소비에트 연방 붕괴 직후 경제 위기 때 등을 비롯해 몇 차례뿐이다.



비록 광장에 모이지는 못했지만, 쿠바인들은 집에서 노동절을 기렸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내 집이 내 광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아내와 마스크를 쓴 채 쿠바 국기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날 오전 많은 쿠바인이 발코니나 창가에서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불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쿠바 국민은 이번 노동절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백의 군단' 의사들을 기리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쿠바처럼 평소보다 차분한 노동절을 보냈지만 코로나19 위험 속에서도 거리 시위가 벌어진 곳도 있다.

지난해 말 반(反)정부 시위가 치열했던 칠레에선 이날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 등에 노동절 시위대가 나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칠레에선 50인 이상 모임이 금지돼 있어 경찰이 AFP 사진기자를 포함해 현장에 있던 시위대와 취재진 수십 명을 연행했다고 AFP는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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