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건재' 말 아끼며 "적절한 때 할 말 있을 것"(종합3보)

입력 2020-05-02 12:14
수정 2020-05-02 17:42
트럼프 '김정은 건재' 말 아끼며 "적절한 때 할 말 있을 것"(종합3보)

'이번 주말 김정은과 이야기 나눌건가' 질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일단 신중모드 속 상황관리…'톱다운 소통' 시도 가능성 있을지 주목

건재 확인으로 대선국면서 '대북 리스크' 줄이게 된 측면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재등장, 건재를 과시한데 대해 일단 말을 아꼈다.

즉각적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신중 모드를 견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때'에 입을 열겠다고 예고,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州)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으로 떠나면서 김 위원장의 공개석상 등장에 대한 북한 조선중앙방송 보도와 관련, '이에 대해 알고 있느냐. 그에 관해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Yeah). 나는 아직 그것, 김정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그것에 관해 말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그(김 위원장)가 살아있다는 것은 확인해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나는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재등장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주말에 그와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그럴지도 모른다(I may)"고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상으로는 김 위원장의 통화 가능성 등을 열어둔 것이나 실제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직통 전화번호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이후 실제로 전화통화를 통해 '핫라인 소통'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된 바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과 통화했다고 주장해왔다.

특유의 화법상 김 위원장과의 친분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건재 확인을 매개로 친서 전달 등 실제 어떤 식으로든 '톱다운 소통'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을지 관심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 당시 김 위원장과 관련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 내용을 부연하진 않았다고 이 통신이 이날 김 위원장의 건재 소식이 알려진 직후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관련 취재진 질문에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면서도 "나는 그저 지금 당장은 김정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면밀하게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떠한 만일의 사태에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간 교착 국면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 간 '톱다운 신뢰'를 유지해온 가운데 김 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 국면에서 대북 리스크를 줄이게 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고리로 한 미국의 지원 제안에 북한이 그동안 반응을 보여오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교착 타개의 돌파구가 당장 마련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제기 국면에서 관련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정보력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해왔다.

미 정보당국이 정찰자산 등을 통해 추가 정보를 확보해온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공개 발표 이전까지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상황관리를 해온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 등과 맞물려 '매우 잘 알고 있다', '말할 수 없다'는 식의 일련의 발언이 오히려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CNN 등 미 일부 언론에서 나오기도 했다. 특유의 과장 화법이 일부 가미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국 정부가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표현들이 이와 온도차가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외교소식통은 "한미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 해왔으며 (한미간에) 평가는 일치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1일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우리는 모른다"며 "나는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는 첫 공개 언급을 내놨다.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위중설에 대해 미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는 CNN방송 보도가 오래된 문서를 쓴 것이라고 들었다며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날달 27일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새로운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지금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여러분은 (김 위원장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가 하루만인 28일 후속 질문을 받자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저 잘 있기를 바란다"며 다시 한발 뺀 바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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