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노동절…각국서 온라인·거리두기 집회
이탈리아, '청중 없는' 콘서트…아테네서는 거리 유지한채 전야시위
집회 금지된 스페인·프랑스서는 온라인 집회…한국서도 거리두기 행진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세계노동절 130주년을 맞은 1일, 지구촌 곳곳으로 번져나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각국의 노동절 기념 집회가 중단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회 금지 규정에 따라 평년과 달리 '조용한' 노동절을 보냈다.
수도 로마에서는 매년 노동조합 지도부의 주도로 노동절 기념 집회가 열리는데, 특히 저녁에는 록(rock)과 팝(pop) 콘서트가 열려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인다.
그러나 올해는 관중 없는 공연장에서 가수들이 차례로 공연을 펼치게 된다.
올해 콘서트 주제는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안전한 노동'으로 공연은 TV와 국영 라디오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남유럽 그리스의 아테네에서는 노동절 전야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약 1천500명의 시위대가 의회 바깥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침에 따라 서로 간격을 유지한 채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으로 이뤄진 '전국노동자 무장전선'(PAME)기를 흔드는 시위대의 모습이 상공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마스크로) 입은 가려져 있지만, 목소리는 있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노동자 권리에 끼친 영향을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이 내려진 스페인에서는 법원이 노조의 야외 집회 신청을 기각하자 온라인 집회로 방향을 틀었다.
자동차 제조도시인 북서부 비고 지역 노조는 노조원들이 차를 타고 서로 거리를 유지하며 시위에 나서는 '드라이브 집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법원의 반대에 따라 무산됐다.
7주째 봉쇄령이 내려진 프랑스에서는 매해 노동절마다 대규모 노조 집회와 함께 행운의 의미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백합을 나눠주지만, 올해는 전통을 잇기 어렵게 됐다.
그 대신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소셜 미디어에 노동절을 기념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거나 정오에 집 밖에서 냄비를 두드려달라고 요청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해 5월 1일은 예전과는 다르다면서 "노동자의 연대 정신이 이처럼 강력했던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의료진 등의 노고를 위로했다.
한편 한국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2020 세계노동절 대회'를 열고, 대학로에서 집결해 조계사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노조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참석자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하고, 체온을 쟀으며, 이동 시에는 2m 간격을 유지한 채 2열로 행진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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