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총리 "싱가포르에 기여한 이주노동자들에 감사"
노동절 메시지…'이 병실 타일 제가 깔았어요' 이주노동자 환자 사연도 언급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노동절을 맞아 싱가포르 내 이주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하는 이주노동자 32만3천명 중 1만3천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로 판명되는 등 어느 때보다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리 총리는 노동절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오후 영상을 통해 발표한 노동절 메시지 맨 앞머리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여전히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행스럽게도 아마 젊기 때문에 그들 대부분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이주노동자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천400명이 넘은 확진자가 발생해 최대 집단 감염시설이 된 풍골 지역의 S11 이주노동자 기숙사가 최신 셍캉종합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이곳의 이주노동자 일부는 병원 건설을 도왔다"고 말했다.
이어 "입원한 한 이주노동자는 의사에게 '자신이 지금 머무는 이 병실의 타일을 깔았다'고 말했다"면서 "의료진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고, 병원 건설을 도운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했다"고 소개했다.
리 총리는 "노동절은 이주노동자들 포함해 모든 근로자에게 축하를 전하는 날"이라며 "저 역시 싱가포르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이곳에서 건설하고 기여한 것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의 발언은 노동절 메시지의 일부로 언급된 것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외교관인 토미 코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주노동자들을 현재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것이 아닌 방식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경종이 돼야 한다"고 적기도 했다.
싱가포르에는 방글라데시, 미얀마, 인도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30여만명이 있으며, 이 중 대다수는 건설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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