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서 코로나19 막는다며 해변에 표백제 살포

입력 2020-04-29 11:48
수정 2020-04-29 11:51
스페인 남부서 코로나19 막는다며 해변에 표백제 살포

해안 생태계 훼손 우려…"우습다" "트럼프 같다" 비아냥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스페인 남부 마을의 한 관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해안에서의 희석한 상태의 표백제 살포에 대해 사과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 자하라 데 로스 아투네스 마을에선 지난주 일부 표백제를 포함한 분무기 장착 트랙터들이 인근 해안에 보내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스페인 정부가 6주 만에 아동들의 야외활동을 허용하자 관리들이 이에 대비 활동을 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스페인에선 지난달 중순 봉쇄조치를 시행하다가 이달 26일부터 14세 이하 어린이에 대해 하루 최장 1시간 동안 야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해안에서의 표백제 살포 결정에 환경론자들은 분노를 나타냈다.

마리아 돌로레스 이그레시아스 베니테즈는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한 뒤 "해안은 살아있는 생태계"라며 "그곳에 표백제를 뿌릴 때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흰물떼새와 철새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해당 지역에서 자연보호 활동을 펼치는 연합체를 이끌고 있다.

최근 6주간 해안 출입이 금지되면서 조류 둥지가 올해 2배로 늘어날 것을 기대했다는 그는 "트랙터들이 새알을 파괴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의 소속 단체는 지역 당국에 이러한 불만을 제기했고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스페인 지부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린피스 스페인 지부는 트위터에 "새들이 부화하는 시기에 해안을 표백제로 소독하는 일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 중 하나가 아니라, 이곳 자하라 데 로스 아투네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살균제 인체 주입 등을 검토해 보라고 발언한 일을 꼬집어 거론한 것이다.

해당 마을이 속한 안달루시아주(州)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일과 관련된 지방 관리들과 업계 단체는 이에 필요한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지 지방 관리인 아구스틴 코네조는 자신의 행동은 해변 인근으로 나올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실수였음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의로 행해진 일"이라고 현지 방송에 말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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