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한다더니 기존 사장에 판권 넘긴 맥캘란…위장철수 논란(종합)
철수 전부터 판권인수 준비…전직 대표 "흑색선전일 뿐"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올해 2월 한국 법인을 철수한 영국 위스키업체 에드링턴이 주력 제품인 맥캘란의 국내 판권을 전직 한국 대표가 세운 회사에 넘겼다.
판권을 넘겨받은 전직 한국 대표는 에드링턴의 한국 철수 작업을 마지막 단계까지 진행한 인물로, 에드링턴의 철수 전이었던 지난해 말 이미 새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드링턴의 한국법인 철수가 순수한 경영 상황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9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에드링턴은 최근 주류업체 '디앤피 스피리츠'와 맥캘란의 한국 유통 및 판매에 대해 계약했다.
디앤피 스피리츠는 올해 2월 철수한 에드링턴 코리아의 마지막 대표인 노동규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설립한 회사로, 5월부터 맥캘란의 국내 유통을 맡는다.
이에 따라 에드링턴은 한국 법인을 철수한 지 약 2개월 만에 국내 파트너를 찾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게 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세계 1위 싱글몰트 제품으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해 연간 수십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진 맥캘란의 판권을 굳이 법인을 철수하면서 신설 법인에 넘긴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노 전 대표가 법인 철수를 발표하기 전에 이미 맥캘란 판권 인수를 위한 법인을 별도로 세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법인 철수 과정과 배경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된다.
노 전 대표가 대표로 재직하면서 세운 주류업체와 에드링턴이 판권 협상을 벌인 것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상도의 상'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회사가 영업 활동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의도로 계획적으로 법인을 철수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법인 철수와 함께 국내 직원 약 40명이 사전 통보 없이 퇴직을 사실상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에드링턴이 국내에서 맥캘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케팅 필요성이 줄어들자 영업 인력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때 맥캘란 판권을 따내기 위해 에드링턴과 접촉했던 국내 주류업체들에서는 에드링턴의 구조조정에 들러리 노릇만 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 전직 직원은 "회사에 경영난이 있었다면 그에 책임이 있는 전직 대표가 세운 회사에 다시 판권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노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러 흑색선전이 있을 수 있지만,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에드링턴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판권 계약을 확인하면서 "한국시장에서 일련의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모델을 검토한 후 지난 1월 제3자 유통 회사로 전환할 것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에드링턴은 법인 철수 사실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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