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씩 죽어 나가는데'…여전히 마스크 착용 미적대는 영국
스코틀랜드, 밀폐공간에서 얼굴 가리개 권고…중앙정부는 이마저도 '아직'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마스크 착용 권고 여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코로나19와 달리 영국 정부의 느릿한 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우는 양상이다.
2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이날 가게 안이나 대중교통 등 폐쇄된 공간에서는 스카프 등으로 얼굴을 가릴 것을 권고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얼굴 가리개의 유용성은 한계가 있다"면서도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을 접촉하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하기 어려울 경우 얼굴 가리개를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외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것은 유용하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얼굴 가리개를 하는 것이 다른 봉쇄조치나 지침을 대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 권고는 의료 전문가 등이 사용하는 수술용 마스크가 아니라 스카프와 같은 천 의복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얼굴 가리개 착용이 의무나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국 전체적으로는 마스크나 얼굴 가리개 착용이 권고되지 않고 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스코틀랜드와 같은 얼굴 가리개 착용과 관련한 지침을 마련할 것인지를 묻자 내각이 여전히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지난주 회의를 갖고 코로나19와 관련한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감염을 막는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다만 최근 영국 외 여러 나라가 일반인의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자 재검토를 진행해왔다.
정부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은 지난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의 변화에 따른 증거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마스크는 쓴 사람의 감염을 막기보다는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좀 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국 정부는 관련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코로나19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 사망자 수는 전 세계에서 5번째로 2만명을 돌파했다.
영국 정부의 이같은 느릿한 대응은 유럽 내 다른 국가와도 대비된다.
독일은 이미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슈퍼마켓과 약국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 거점인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에서는 외출 시 코와 입을 반드시 가려야 하며, 프랑스 정부는 봉쇄조치 단계적 완화에 맞춰 대중에 마스크를 나눠주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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