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7년만에 국채발행 계획…코로나19 경기악화로 궁지"
"예산 60% 규모…외화 회수하려 국유기업·'돈주'에 판매"
금융전문가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포린폴리시 기고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 타격으로 북한이 17년 만에 국내용 국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북제재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 금융기구에서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북한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월부터 최대교역국 중국과도 무역을 중단하면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회장이자 금융전문가인 토머스 번은 이날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수입이 줄자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채 규모는 북한 예산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알려졌으며 발행 목적은 시중에 유통되는 외화를 가능한 한 많이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번 회장은 설명했다.
번 회장은 북한이 발행하는 채권 다수는 국영기업이 떠안을 예정이지만, 정부 허가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는 신흥상인 세력 '돈주'도 국채의 40%를 사실상 강매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그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형편에 맞는 긴축적 재정을 운용하며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정책을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국채 발행을 이례적이라고 주목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여러 어려움과 실패를 겪고 있으나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 등 다른 고립된 국가들과 달리 수백%에 달하는 통제불능 수준의 물가상승(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빠지지는 않았다.
북한은 2003년 "나라의 부강발전과 인민들의 복리 증진에 이바지"하겠다며 500원권, 1천원권, 5천원권 등 10년 만기 '인민생활공채' 3종을 발행한 이후 단 한 번도 공채를 발행한 적이 없다.
당시 북한이 발행한 공채는 추첨을 거쳐 원금과 당첨금을 되돌려주는 형식으로 운영됐다. 첫 2년까지는 6개월마다, 그 이후부터는 1년마다 추첨으로 상환액을 돌려주고 남은 공채는 2008년 12월부터 매년 국가 예산에 반영돼 일정 금액씩 상환하는 식이었다.
북한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경기침체 속에 허우적거리다가 기근을 견디지 못하고 1997년 IMF 문을 두드리고 실사까지 받았으나 '경제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논의를 중단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잇단 핵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를 점차 강화하도록 만들었고, 북한 경제가 코로나19로 휘청여도 다른 국가들과 달리 손을 내밀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번 회장은 "1997년 발전을 가로막았던 똑같은 장애물이 오늘날에도 북한에 만연해 있으며 지난 20여년 동안 국제적인 제재가 추가됐다는 점 외에 제도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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