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봉쇄 완화안에 야권·가톨릭 '기대 이하' 일제히 반발(종합)
극우 정당 "지나치게 소심…영업 재개 못하는 이는 사형선고 받은 것"
주교들, 미사 참석 금지 유지에 "헌법 보장한 종교 자유 침해" 반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공개한 점진적 봉쇄 완화안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달 4일부터 제조업을 포함한 상당수 생산활동과 건설공사 등을 재개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 봉쇄 완화안을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일반 상점은 내달 18일, 음식점·술집 등은 6월 1일 각각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가톨릭 신자들의 미사 참석 금지 조처는 당분간 유지하되 장례식은 15인 미만 참석을 조건으로 다시 열 수 있도록 했다.
이동제한 완화와 관련해선 식료·의약품 구매, 출·퇴근과 같은 업무 및 건강상 필요 등의 기존 외출 가능 사유에 더해 타지역에 거주하는 가족·친지와의 만남을 허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동할 때 사유를 적시한 자술서를 지참해야 하는 것도 기존 그대로다. 대학을 포함한 각급 학교의 개교는 아예 9월로 미뤄졌다.
전반적으로 바이러스 재확산을 예방하고자 상당히 방어적이고 조심스럽게 완화안을 짰다는 인상이다.
야권에서는 이러한 정부 대책에 당장 부정적인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2∼4월 '1차 대유행'(팬데믹)을 경험한 정부가 이제 '점진적 봉쇄 완화를 통해 바이러스와 함께 생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2차 대응'이라고 명명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1차 때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전국 지지도 1위인 극우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정부가 지나치게 소심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살비니는 27일 "우리는 많이 참았고 많이 경청하고 제안하고 협력했다"며 "47일간의 봉쇄만으로 충분하다. 나가서 돈을 벌게 해달라, 일하게 해달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극우당 '이탈리아 형제들'(FdI)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도 "2차 대응을 얘기했는데 1차 때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부문별 순차적인 정상화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영업을 재개한 이는 살아남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는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가족·친지와의 만남을 허용한 이동제한 일부 완화안을 언급하며 "사촌은 되고 연인은 안된다는 게 합당한가. 그것을 국가가 결정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종교적으로는 미사 참석 금지 조처를 당장 풀지 않은 게 논란이 됐다.
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주교회의(CEI)는 27일 성명을 통해 이를 지적하며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주교들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부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달 9일부터 가톨릭 신자들의 미사 참석을 금지해왔다.
이와 관련해 당국은 신자들의 건강을 보장하고자 정밀한 방역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며칠 안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토되는 방역 대책은 미사 참석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신자 간 1m 이상 거리 두기 등이다.
점진적 봉쇄 완화 조처의 밑그림을 그리는 정부 기술·과학위원회는 바이러스 재확산을 막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일러야 내달 25일께나 미사 참석 금지가 해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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