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짜리 마스크에 쌀 빼돌리기…"코로나19에 부패도 대유행"
공급업자들, 정부와 계약하며 폭리 취해…"뇌물의 노다지" 우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틈타 세계 각국에서 부패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중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국 정부가 셧다운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긴급지원금을 푸는 비상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이를 빼돌리거나, 정부와 의료용품 공급계약에서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사례가 속속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남미 콜롬비아 세사르주에서는 주 정부가 격리 가정에 나눠준 식료품 상자 안에 들어있는 파스타, 커피 등 물품들을 동네 식료품 가게보다 대략 두배 가격에 사들인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1.20달러에 살 수 있는 커피 250g을 주 정부는 2.81달러를 주고 샀다.
콜롬비아에서는 이와 유사한 범죄와 관련해 14건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신문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음식부터 마스크까지 생필품 조달에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투명성보다는 속도가 우선시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공개입찰이나 다른 안전장치가 생략되면서 부정부패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위한 음식 지원은 특히나 남겨 먹을 게 많은 부분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번 달 취약 계층에 쌀을 나눠주고 있는데 60만 파운드 가까이 사라졌다. 관리와 공무원들 약 50명이 이 쌀을 더 비싸게 팔려고 빼돌린 것이다.
방글라데시 투명성기구(TIB) 관계자는 "이런 시기에는 인간 도덕성의 최고봉인 연대와 공감이 발현될 것으로 기대되고 실제로 목격되고도 있지만, 불행하고도 수치스럽게도 최악의 악덕함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같은 경우는 수요 폭증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주 정부와 공급 계약을 할 때 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한참 떨어진, 담배와 술을 파는 한 작은 회사가 2개 주에 의료용 마스크를 시장가의 두배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무려 1천260만 달러(155억 원)에 달하는 계약이다.
알고 봤더니 한 의료용품전문 회사가 세금체납으로 주 정부와 직접 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자 담배랑 술을 파는 엉뚱한 회사를 내세워 계약을 따낸 것이었다.
루마니아 관리는 코로나19 관련 계약에 대해 "어중간한 회색 지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패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손을 댄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입찰 과정도 없이 의료용품 제조·조달 이력이 없는 델라웨어의 한 회사와 5천500만 달러(678억원)의 마스크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회사의 모회사는 지난해 가을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마스크 한 개에 5달러50센트(6천700원)를 받는데, 정부 기관에서 공급하는 마스크보다 몇 배 비싸다.
비평가들은 이 같은 공급계약이 "뇌물의 노다지"가 될 수 있고 "사기꾼들에게는 완벽한 기회"가 된다고 지적했다.
WP는 관리·감독이 느슨할 경우 사기를 통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2014년 보고서에서 2005년 허리케인 카타리나와 리타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FEMA가 집행한 비용의 22%가 부적절하거나 부정하게 사용될 위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부패방지 규정이 의심스러운 거래를 사전에 차단한 사례도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시 정부가 모든 조달 계약을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
이 규정으로 인해 최소 2건의 수상한 거래가 드러났다. 그 중 하나는 시 정부가 개당 무려 40달러(4만9천원) 이상을 주고 1만5천개의 의료용 마스크를 사들였는데, 이를 공급한 회사의 자본금은 1천500달러(180만원)에 불과한 사례였다.
또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시장의 누이가 이사로 재직 중인 호텔이 코로나19 환자 격리 장소로 선정된 것 역시 '수익성이 좋은' 계약이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들 계약이 취소됐고, 2명의 공무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르헨티나 정치인 그라시엘라 오카나는 "팬데믹의 상황에서 우리는 규제 완화와 좋은 행정 사이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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