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 vs 평온…미·러 언론, 평양풍경 두고 상반된 보도(종합)

입력 2020-04-27 18:20
수정 2020-04-28 10:29
뒤숭숭 vs 평온…미·러 언론, 평양풍경 두고 상반된 보도(종합)

타스 평양특파원 "평소같은 평온에 정치적 긴장 징후 안보여"

WP 베이징지국장 "김정은 이상설 속 사재기 기승·헬기 저공비행"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윤고은 권혜진 기자 유철종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두고 각종 설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 평양의 분위기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 언론이 서로 다른 보도를 내놨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김정은이 아프거나 더 나쁜 상태라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평양도 떠들썩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양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부재와 관련된 풍문이 돌고,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작성자는 오랫동안 북한을 취재해온 애나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으로, 그는 그간 북한 지도자의 사망설이 가짜로 밝혀진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을 돌아보며 북한이 발표하거나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김 위원장의 상태를 알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떠도는 루머에서는 김 위원장이 심장과 관련해 어떤 수술을 받았다는 점만큼은 확고히 자리 잡고 있어 여느 때와는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고 밝혔다.

파이필드는 김 위원장이 평양에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 정권을 받드는 엘리트들이 모여 사는 평양에서 지난 8년여 통치해온 김 위원장이 현재 가망이 없는 상태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으며,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양 주민들이 세제부터 쌀, 술, 전자제품까지 모든 것을 사재기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수입품 위주로 사들이다가 며칠 전부터는 생선 통조림과 담배 등 자국 제품도 사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평양에서는 헬리콥터들이 저공비행 중이며, 북한 내 열차와 중국 국경 밖 열차 운행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뭔가 잘못됐다"는 추측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집권 9년째를 맞은 그가 어느 정도 자신감 속에서 자신만의 행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파이필드는 전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 관련국의 지도자들보다 오랜 기간 집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 백두혈통'이 3대째 다스려온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했을 경우 그 파장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파이필드는 지적했다.

특히나 연로한 상태에서 후계자를 지정해놓고 사망한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젊은 나이의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후계자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파이필드는 확실한 남자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유일하게 확실한 후보이지만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김여정이 어떻게 북한의 지도자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어떻게 지도자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평양에 지국을 둔 타스 통신은 평양 시내가 평상시와 다름없이 평온하다며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타스 통신은 평양 특파원발 기사에서 "평양 거리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시내 대로와 대동강 강변 등에는 코로나19 봉쇄 조치 지속으로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스피커에선 북한에서 인기있는 가무단의 경쾌한 가요들이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일요일엔 항상 그렇듯 평양 중심가엔 거의 차량이 없으며, 경찰이나 보안요원 추가 배치 등 어떤 정치적 긴장을 암시할 만한 징후는 거리에서 관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평양의 카페, 식당, 상점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하고 있고, 긴 줄이나 사재기 등의 현상은 없다"면서 "TV와 라디오 방송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뉴스와 오락 프로그램들을 내보내고 있다"며 아무런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평양에서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WP의 베이징발 보도와 반대되는 것이어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관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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