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 자치 선언…친정부 진영 내분
지난해 8월 아덴서 주도권 놓고 무력 충돌 뒤 봉합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의 구심점인 남부과도위원회(STC)는 26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예멘 정부와 분리된 자치 지역 수립을 선언했다.
STC는 이 성명에서 예멘 정부가 정부로서 기능과 임무를 방기했고 남부 지역을 굴복시키려고 공작을 꾸몄다고 주장하면서 26일 0시부터 자치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STC에 속한 무장 병력이 대규모로 아덴으로 진군해 관공서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시내 곳곳에 옛 남예멘의 깃발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STC는 예멘 정부와 함께 아랍동맹군에 속해 반군 후티에 맞선 아군이지만 오래 묵은 내분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예멘의 임시수도인 남부 항구도시 아덴에서 STC와 예멘 정부를 지지하는 무장조직이 주도권을 놓고 격렬하게 전투를 벌였다.
두달 간 지속한 이 무력 충돌은 지난해 10월 말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 아래 권력을 분점하고 STC의 무장조직을 정부의 군과 경찰 조직에 공식 편입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STC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예멘 정부 측은 사우디가 각각 지원하는 탓에 당시 양측의 전투가 예멘 내전 정책을 둘러싸고 UAE와 사우디의 갈등이 대리 전투로 표출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STC의 자치 선언으로 합의 6개월 만에 다시 친정부 진영의 내분이 재현된 셈이다.
예멘 정부는 26일 낸 성명에서 "자치 지역을 수립하겠다는 이른바 남부를 자치하겠다는 그 위원회의 선언은 무장봉기의 재발이고 지난해 10월 합의를 거부한 처사다"라며 "그들은 향후 이어질 위험한 참사에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예멘 대통령과 내각은 현재 사우디 리야드에 있다.
STC는 아랍동맹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을 명분으로 전투를 일시 중단한 틈을 타 자치를 선언했다.
아덴을 비롯한 예멘 남부에서는 최근 집중호우로 수재가 났지만 예멘 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남예멘 출신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1990년 남북 예멘이 통일된 뒤 북부 출신이 기득권을 독점해 남부가 소외됐다고 주장하면서 권력 분점, 자치권 확보를 꾸준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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