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투기성 상품에 눈돌린다…'개미지옥' 될라(종합)

입력 2020-04-27 11:08
개인투자자, 투기성 상품에 눈돌린다…'개미지옥' 될라(종합)

당국 위험경고에도 원유ETN 등 1조3천억 '오로지 매수'

'레버리지 10배' FX마진거래 지난달 26조원…200%↑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박상돈 기자 =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이나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 등 투기성이 매우 큰 상품에 '묻지마'식 투자를 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잇따른 위험 경고에도 투기성 투자 규모를 마구 늘리고 있어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 ETN·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최근 당국이 최고 수준의 위험 경고를 낸 이후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1조3천억원 이상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일부 원유 ETN에 대해 '위험' 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ETN·ETF를 총 1조3천649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은 특히 이 기간 10거래일 내내 해당 ETN과 ETF 양쪽 모두에서 연속 순매수 행진을 기록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일 레버리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ETN 4개 종목의 지표가치(기초자산)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최대 95%까지 치솟자 이들 종목에 대해 소비자경보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위험 경보를 발령한 것은 지난 2012년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초였다.

이후 지난 22일에는 거래소가 이들 4개 ETN 종목에 대해 "투기성이 높은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원금 전액 손실 및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으며, 23일에는 금감원이 위험 소비자경보 범위를 모든 WTI 선물 ETN 및 ETF 상품으로 확대했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최근 국제 유가가 한때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서 관련 ETN 등의 괴리율이 크게 확대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급락으로 지표가치는 크게 떨어졌는데도 투자자 매수세가 계속된 결과 지표가치 대비 시장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이중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530031]의 경우 24일 장 마감 기준 시장가격은 2천85원, 지표가치는 193.57원으로 시장가격이 실제 가치의 무려 10.8배 수준으로 뻥튀기됐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한층 강화된 ETN·ETF 괴리율 관련 상시 대응기준을 마련하고 괴리율 확대로 거래 정지된 레버리지 WTI 선물 ETN 4개 종목의 거래를 이날 단일가매매 방식으로 재개했다.

그 결과 이들 종목 모두 오전 10시 30분 현재 하한가 가까이 떨어졌지만, 괴리율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여전히 437.15%에 달해 거래정지 기준인 괴리율 30%를 훌쩍 넘겼다.

이에 따라 해당 종목은 28일부터 3거래일 거래 정지가 확실시되는 등 시장 정상화까지 험난한 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의 FX마진거래 금액은 총 213억5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1% 급증했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약 26조원 규모다.

FX마진거래는 최대 10배의 레버리지(차입투자)를 동원해 두 개 통화(通貨)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고위험·고수익 금융투자상품으로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개미들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다.

FX마진거래 금액은 1월 54억7천만달러에서 2월 98만6천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 폭발적으로 증가해 단숨에 200억달러 선을 넘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식·원유와 마찬가지로 환율 변동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40원 폭등했다가 바로 다음 날 39원 넘게 폭락하는 등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한방'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FX마진거래로 몰렸다.

FX마진거래의 증거금 비율은 10%이고 계약당 기본 단위는 10만 달러로서 1만 달러를 국내 선물회사나 중개업체에 맡기면 레버리지를 활용해 10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환율이 5%만 변동하면 ±50%의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보는 등 작은 환율 변동만으로도 강제청산을 당해 전액 손실을 보고 '깡통계좌'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권 간담회에서 "아직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도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 판매가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투자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FX마진거래 증거금률을 높이고 교육도 받게 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이긴 했는데 원유 선물 ETN 상품도 그렇고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 투기적인 거래가 횡행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 월별 FX마진거래 거래량·거래대금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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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월│ 거래량(계약) │ 거래대금(만달러) │

├──────┼─────┼────────────┼───────────┤

│2020│3 │194,212 │ 2,135,443 │

│├─────┼────────────┼───────────┤

││2 │ 82,526 │ 985,893│

│├─────┼────────────┼───────────┤

││1 │ 48,908 │ 546,774│

├──────┼─────┼────────────┼───────────┤

│2019│12│ 73,363 │ 804,592│

│├─────┼────────────┼───────────┤

││11│ 68,578 │ 689,529│

│├─────┼────────────┼───────────┤

││10│ 59,031 │ 651,342│

│├─────┼────────────┼───────────┤

││9 │ 56,123 │ 614,850│

│├─────┼────────────┼───────────┤

││8 │ 55,056 │ 554,861│

│├─────┼────────────┼───────────┤

││7 │ 44,307 │ 490,664│

│├─────┼────────────┼───────────┤

││6 │ 33,063 │ 369,185│

│├─────┼────────────┼───────────┤

││5 │ 38,422 │ 429,217│

│├─────┼────────────┼───────────┤

││4 │ 40,632 │ 1,476,237 │

│├─────┼────────────┼───────────┤

││3 │ 66,078 │ 711,508│

│├─────┼────────────┼───────────┤

││2 │ 34,569 │ 387,510│

│├─────┼────────────┼───────────┤

││1 │ 58,980 │ 64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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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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