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네티즌, 중국 제작 코로나19 '선전 뮤비'에 거센 비판

입력 2020-04-26 11:49
수정 2020-04-26 12:02
필리핀 네티즌, 중국 제작 코로나19 '선전 뮤비'에 거센 비판

'하나의 바다' 제목 남중국해 갈등 연상…"뻔뻔해, 서필리핀해는 우리 것"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필리핀과의 협력을 선전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가 필리핀인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26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관이 주도한 이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바다'(Iisang Dagat·One Sea)라는 제목으로 이틀 전 유튜브에 공개됐다.

가사를 쓴 것으로 알려진 주필리핀 중국 대사는 뮤직비디오가 코로나19와 싸움에 헌신한 양 국민들에게 바치는 것이며, 특히 필리핀에 파견된 중국 의료전문가팀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개되자마자 많은 필리핀 네티즌이 '분노'를 표시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날 오전 현재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영상에는 '좋아요'가 1천여개인데 비해 '싫어요'는 9만6천개가 넘었다.

Iisang Dagat(海的那?)Official Music Video - A COVID-19 Tribute

무엇보다 '하나의 바다'라는 제목이 네티즌들의 화를 돋웠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그동안 서필리핀해(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침범해 온 중국이 여전히 필리핀 바다를 넘본다는 시각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스카보러 암초를 강제로 점거한 데 이어 미스치프 암초에 인공섬을 건설,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군사 기지화해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런 선전 영상을 코로나19 시기에 내놓는 중국의 뻔뻔함이라니"라며 "서필리핀해(WPS)는 우리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필리핀 스타는 "중국은 우리 섬과 영해를 강탈해왔다"며 "필리핀인들은 대형 중국 선박들이 내쫓는 바람에 자기 바다에서 고기도 못 잡는다"고 비판했다는 네티즌의 반응을 전했다.

인콰이어러는 "우리 어민들을 어떻게 잔인하게 다뤘는지 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반응을 소개했다.

지난해 6월 9일 남중국해 리드뱅크(중국명 리웨탄, 필리핀명 렉토뱅크)에서는 중국 선박이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물에 빠진 선원들을 구조하지 않은 채 달아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독자는 이 신문에 "서필리핀해는 필리핀인의 바다다. '하나의 바다'라는 건 없다"면서 "코로나19는 당신네 것인데 세계에 퍼뜨렸다. 형제인 것처럼 가식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인콰이어러는 이와 함께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이 '최고의' 병원 장비들을 기증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는 장면도 네티즌들의 화를 돋웠다고 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제품이라면 문제가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뮤직비디오에 포함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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