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무색한 아파트 청약 열기…연초 분양 75%가 1순위 마감
67개 단지중 50개 단지가 경쟁 붙어…인천·시흥까지 청약률 후끈
5월 6만7천여가구 분양 대기 '연중 최대'…건설업계 총선후 분양 서둘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위축된 기존 주택시장과 달리 새 아파트 분양시장은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데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한 곳이 많아 거주와 투자의 '일거양득'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어서다.
연초 청약시장의 잇따른 선전에 건설사들도 총선 이후 신규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 연초 분양 단지의 75% 청약 성공…코로나에도 이례적
연초 코로나 사태가 전국을 뒤덮었지만 새 아파트 분양 열기는 예상외로 뜨거웠다.
건설사들이 코로나로 최근 분양한 대다수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폐쇄하고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전환 운영하는 등 '집객 마케팅'도 포기했지만 청약률은 되레 높아진 것이다.
26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 현재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67개 단지(임대 포함) 가운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넘어 경쟁이 붙은 곳은 총 50개 단지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2월 1순위 청약자 수가 총 20만명을 넘어섰고, 수도권까지 코로나 공포가 확산하고 경제 우려가 커진 지난달에도 전국적으로 약 35만명이 1순위 청약에 참여했다.
현대건설[000720]이 지난달 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804가구 모집에 무려 5만8천21명이 청약해 평균 72.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분양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3차'(5만3천181명)의 청약자를 뛰어넘는 송도국제도시 분양 사상 최대 청약자가 몰린 것이다.
이 아파트는 뒤이어 오피스텔 320실 분양에서도 5만7천692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평균 180.29대 1에 달했다.
또 지난달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에 분양한 '시흥장현 영무예다음'은 434가구 모집에 2만1천766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50.2대 1이라는 시흥시 역사상 최고 경쟁률을 올렸다.
지방 청약열기도 뜨겁다. 지난달 부산 북구에서 분양된 '포레나 부산 덕천'은 평균 88.2대 1, 전남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 2차'는 평균 55.1대 1을 기록하며 근래 보기 드문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서울의 청약열기도 여전하다. 지난달 30일 1순위 청약접수를 한 '르엘 신반포'는 중도금 대출이 없었음에도 67가구 일반분양에 8천358명이 신청해 청약경쟁률이 124.7대 1까지 치솟았다.
수도권에서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며 우려를 낳았던 인천 검단지구도 부활했다.
이달 초 분양한 인천 검단지구 '우미린 에코뷰'는 27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7천346명이 신청해 평균 27.2대 1이라는 검단지구 최고 경쟁률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배경을 새 아파트 선호 현상과 분양가 경쟁력에서 찾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방이나 수도권 비규제지역은 단기간 내 전매차익이 가능해 실수요 외에 투자수요도 상당히 많이 몰리는 분위기"라며 "서울은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한 곳이 많지만 정부 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싼 일명 '로또 아파트'가 늘면서 청약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 등 규제지역은 청약 가점제 확대로 30대들이 청약시장에서 이탈하고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은 여전히 30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이나 투자(시세차익) 방식이 여전히 인기인 셈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 가입자 수는 총 2천417만213명으로 전월 대비 13만7천119명이 다시 증가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 물량도 8개월 연속 감소해 2월 말 기준 4만가구 이하(3만9천456가구)로 내려왔다.
◇ 내달 연중 최대 물량 쏟아져…수도권이 53% 달해
청약시장이 선전하면서 건설사들은 연초 청약시장 개편, 코로나 등으로 미뤘던 분양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다.
부동산114가 국내 주요 건설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다음 달에 전국적으로 총 6만7천342가구(총가구 수 기준)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연중 최대 물량이다.
6월 분양 예정물량(4만381가구)까지 합하면 앞으로 두 달 간 나올 물량이 10만8천가구에 달한다.
부동산114 리서치팀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코로나가 분양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양호한 성적을 거두자 건설업계도 상당히 고무돼 있다"며 "이달 총선으로 잠시 미뤄놨던 분양을 적극적으로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연기(7월)로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 일정이 다소 지체되고 있음에도 다음 달에 총 8천7천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각각 1만6천459가구, 1만1천43가구가 쏟아지는 등 다음 달 수도권 분양물량이 전체의 5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3차 재건축(330가구),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 재개발(1천772가구) 아파트가 다음 달 분양한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분은 많지 않지만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싸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의에 진통을 겪고 있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분양 일정이 7월 이후로 넘어갈 전망이다.
경기도에서는 다음달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1천335가구), 오산 원동 롯데캐슬(2천341가구), 화성 신동탄 포레자이(1천297가구) 등의 대단지 아파트가 대기 중이다.
인천 서구 백석동에서는 전체 가구 수가 4천805가구에 달하는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광주광역시 북구 유동 재개발 단지(2천240가구), 대구 동구 신암동 해링턴플레이스 동대구(1천265가구), 부산 부산진구 부암1구역 재개발(2천195가구) 등이 대단지로 관심을 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청약시장이 선전하고 있지만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분양가가 높거나 입지여건이 떨어지는 곳은 외면받는 등 양극화 현상도 심화할 것"이라며 "재당첨 제한 등 청약 규제가 강화된 데다 코로나로 인한 실물 경제 위축도 가시화한 만큼 신중한 청약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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