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한인 코로나19 피해 '엑소더스'…교민 20% 귀국길
확진자 급증에 의료 인프라도 열악 '일단 고국으로 돌아가자'
뉴델리서만 4편 운항…네팔·파키스탄·방글라서도 한국행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등 남아시아의 한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거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현지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확진자 폭증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이달에만 전체 교민의 20%가량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24일 현지 교민 사회와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뉴델리 등 인도 주요 도시와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잇따라 임시 운항 특별기와 전세기가 마련돼 주재원, 교포, 여행객, 유학생 등 한인을 한국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뉴델리에서는 지난 5일을 시작으로 2차(18일), 3차(23일), 4차(27일)까지 이달에만 4차례 특별기가 마련됐다.
1, 2차는 뉴델리-인천 노선을 운항 중인 대한항공이 맡았고, 3, 4차 때는 아시아나항공이 임시 운항편을 투입했다.
특히 아시아나는 지난해 7월부터 이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해 운휴 중인 상태임에도 교민 편의를 위해 임시 운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공장 등이 있는 남부 첸나이에서는 한인회가 직접 전세기를 준비했다.
21∼22일 이틀간 두 대의 전세기를 띄웠고 28일께에는 3차 항공편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10·28일), 인도의 정보기술(IT) 중심도시 벵갈루루(24일)에서도 임시 항공기가 뜨고 있다.
이를 통해 인도에서만 이미 1천400여명이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달 말까지 900여명이 더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만 2천300명가량의 인도 교민이 귀국하는 셈이다. 현지 교민 수가 모두 1만1천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의 20%가량이 인도를 빠져나갔거나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인회는 교민 수요가 더 있다면 뉴델리나 첸나이에서 출발하는 특별기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접해있는 네팔에서는 지난 10일 카트만두에서 귀국 비행기가 마련됐다.
당시 175명의 승객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네팔 교민 수는 770명가량으로 승객 인원은 역시 전체 교민의 20%를 넘었다.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는 21일 118명의 교민이 귀국했고, 방글라데시에서는 25일 귀국 항공편(269명 예정)이 운행된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교민 수는 각각 750명, 1천500명가량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 정기 항공편이 남아 있어 이를 통해 교민들이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오전 11시 현재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만3천77명으로 가장 많다. 파키스탄(1만1천155명), 방글라데시(4천186명)가 뒤를 잇고 있다. 네팔의 누적 확진자 수는 48명이다.
남아시아 각국은 국가 봉쇄 조치를 도입하며 확산 저지에 힘쓰고 있지만, 좀처럼 '큰 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이날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발병 이후 최다인 1천684명을 기록했고, 파키스탄의 누적 확진자는 전날 밤 한국(1만708명)을 넘어섰다.
특히 현지 교민들은 열악한 현지 의료 인프라를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망이 뚫리면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제대로 치료조차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이미 주재원과 가족 상당수가 본국으로 철수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돈 재인도한인회장은 "교민들은 확진자 수가 많이 늘어나면 인도의 의료체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점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3차 뉴델리 특별기 승객을 살펴보면 장기 출장 중인 기업체 직원, 유학생, 어린 자녀를 둔 주재원 가족 등이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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