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도 못한 시리아 '아사드 정권 고문범죄' 심판, 독일법정으로

입력 2020-04-24 12:04
유엔도 못한 시리아 '아사드 정권 고문범죄' 심판, 독일법정으로

독일 법원, 고문 혐의 전 시리아 보안기관원 2명 심리 시작

독일서 '난민' 인정받아 체류하다 혐의 드러나 기소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의 반인류 범죄혐의가 독일에서 법 심판대에 올랐다.

독일 코블렌츠 소재 고등 지방법원에서 23일(베를린 현지시간) 시리아인 안와르 라슬란(57)과 에야드 알가립(43)의 고문 혐의 재판이 시작됐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사드 정권의 보안기관 소속 대령으로 의심받는 라슬란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악명 높은 알카팁 교도소에서 수감자 살해와 고문을 감독한 혐의를 받는다.

독일 연방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2011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라슬란의 감독 아래 살해된 수감자가 58명이며, 고문 피해자가 4천명에 이른다.

라슬란은 전기충격, 구타, 채찍질, 잠 안재우기 등 악랄한 수법으로 수감자들을 고문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알가립은 반정부 시위대를 검거해 알카팁 교도소로 이송하는 등 범죄에 협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이들 2명은 시리아내전의 혼란 속에 시리아를 벗어나 독일에 도착해 자신들의 과거를 속이고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살다가 작년 2월 체포됐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라슬란과 알가립은 진술을 거부했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어내려가며 끔찍한 고문수법을 열거하는 동안에도 라슬란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코블렌츠법의 페트라 짐머만 대변인은 "피고들은 시리아 정보총국 소속이었다는 의심을 받는다"며 "안와르 R는 다마스쿠스를 관할하는 251국의 수사 책임자로 판단된다"고 수사 내용을 설명했다.

짐머만 대변인은 이어 "알카팁 교도소에서는 수감자 고문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피고는 그것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령에 따라 피고의 성은 이니셜만 노출했으나 외신은 이름 전체를 공개했다.

이날 코블렌츠법원 밖에서는 아사드 정권의 범죄 행위를 규탄하고 단죄를 촉구하는 시리아 난민 1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아사드의 시리아는 고문 국가다', '아사드를 헤이그(국제사법재판소)로 보내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시리아 전역에 확산했을 당시부터 아사드 정권의 정치법 살해·고문 증언과 고발이 이어졌다.

서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아사드 정권의 인류에 대한 범죄를 국제법정에 세우려 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국제법 변호사들은 아사드 정권의 반인류 범죄혐의가 사법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 코블렌츠법원의 재판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인류에 대한 범죄를 자국에서 기소할 수 있는 보편적 사법권 법률을 적용해 라슬란 등을 법정에 세웠다.

유럽헌법인권센터(ECCHR)의 패트릭 크로커 소장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시리아 정부에 신호를 보내는 첫 재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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