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난 베네수엘라에 '미 제재 동병상련' 이란이 도움 손길
정유시설 재가동에 필요한 원료·장비·기술자 등 지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의 산유국이면서도 극심한 연료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이란으로부터 연료난 해소를 위한 도움을 받게 됐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은 베네수엘라가 정유시설을 다시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최근 이란으로부터 석유 정제에 필요한 촉매제와 장비 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몇 년째 계속되는 경제난, 사회·정치 혼란과 더불어 극심한 연료난도 겪고 있다.
관리 부실에 따른 시설 노후화로 석유 생산과 정제 능력이 악화한 데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원유를 휘발유로 맞바꾸거나 자체적으로 정유하는 일이 모두 어려워진 탓이다.
베네수엘라에선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몇 시간씩 주유소 앞에 진을 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최근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거래하는 러시아 업체까지 제재하고 나서면서 연료난은 더욱 악화했다.
그러자 베네수엘라의 또 다른 '반미 동맹' 우방이자, 역시 미국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병상련' 처지의 이란이 도움을 주고 나섰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최근 전화 통화를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에너지, 농업 부문 등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후 이란 항공사 마한항공의 비행기가 정제 촉매제 등을 싣고 정유단지가 있는 베네수엘라 북서부 해안에 속속 도착했다. 가동을 중단한 정유시설의 재가동을 위한 기술자들과 부품도 함께 실려 왔다.
마두로 정권은 이란으로부터 직접 휘발유를 사들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를링 로하스 베네수엘라 석유차관은 트위터에 "동맹 이란의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우린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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