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반부패 상징' 모루 법무장관 사의 표명…대통령과 갈등
연방경찰청장 교체 방침에 반발…보우소나루 정부 균열 조짐 해석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반부패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세르지우 모루 법무부 장관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방경찰청장 교체 방침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모루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으로부터 수일 안에 마우리시우 발레이슈 연방경찰청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내용을 통보받고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발레이슈 청장은 모루 장관이 지난해 초 취임 후 직접 임명한 인사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방경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8월께부터 청장 교체를 시도했으나 모루 장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본인은 물론 핵심 참모들도 설득에 나섰으나 모루 장관은 "연방경찰청장을 바꾸면 함께 그만두겠다"는 뜻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루 장관이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과 함께 현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가 사임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도 큰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균열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모루 장관은 기존의 법무부에 치안을 담당하는 공공안전부의 기능까지 흡수하면서 사회 분야의 '슈퍼 부처'를 이끌어 왔다.
모루 장관은 과거 연방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권력형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는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수사를 이끌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모루 장관은 지난 2016년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으로부터 '50인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꼽은 '2010년대를 빛낸 50인' 명단에도 브라질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모루 장관이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올해 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진행한 유력 정치인 12명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모루 장관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들을 제치고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전문가들은 모루 장관이 직접 대선후보로 출마하거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 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자신도 2022년 대선에서 모루 장관과 러닝메이트를 이루면 '무적의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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