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기도"…코로나19 속 이슬람권 라마단 24일 시작
무슬림 5대 의무 중 하나…성스러운 기간이지만 모스크 문닫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이슬람권 대부분에서 2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이슬람법 관계 기관은 23일 일몰 뒤 초승달이 관측됐으며 이에 따라 라마단이 24일부터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국가마다 권위있는 종교 기관이 새로운 달로 바뀌기 전날 초승달을 관측한 뒤 라마단의 첫날을 각자 발표하기 때문에 시작일이 하루 정도 차이 날 수 있지만 대체로 수니파는 사우디를, 시아파는 이란의 발표를 따른다.
무슬림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인 라마단엔 앞으로 30일간 일출부터 일몰 시까지 식사는 물론 물이나 음료수를 마셔서는 안 되고 흡연, 껌도 금지된다.
거짓말, 험담, 저주와 같은 불경스러운 언사도 피해야 한다.
라마단의 기본 정신이 단식하면서 세속적이고 육체적 욕망을 절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본다는 것이므로 무슬림이라면 식음뿐 아니라 성욕, 물욕 추구도 최소화해야 한다.
불우 이웃에 대한 기부와 자선도 더 권장되고 가족과 지인을 초청해 저녁(이프타르)을 함께 나눈다. 이슬람 사원(모스크)에도 평소보다 많은 이가 모여 기도와 쿠란 (이슬람 경전) 읽기에 힘쓴다.
그러나 올해 라마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치러야 하는 만큼 예년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슬람권 대부분 정부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집단 종교행사를 막으려고 두 달째 모스크의 문을 닫았고, 통행금지령과 봉쇄령으로 사람이 이동하거나 모이지 않도록 하는 강제 조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중동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권에서는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조직의 테러가 라마단 기간 가장 큰 위협이었으나 올해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새로운 적'으로 등장한 셈이다.
이슬람권 역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데 비상 조처를 하는 터라 모임이 많은 라마단이 자칫 전염이 폭증하는 계기가 되지 않게 하면서도 종교적 의미가 최대한 퇴색되지 않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마단이 여느 때보다 종교성이 고양되는 성스러운 기간이지만 이슬람권 정부 대다수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스크의 문을 닫았다.
사우디, UAE,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 이란,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정부는 라마단 기간 모스크에 모여 행하는 저녁기도(타라위)를 금지하고 '재택 기도'를 해야 한다고 각별하게 당부했다.
또 종교 재단이나 부유층이 라마단에 이프타르를 무료 배식하는 '라마단 자선 텐트'도 대부분 나라에서 금지됐다.
사우디는 이슬람 최고성지 메카 대사원과 메디나 예언자 사원을 라마단에도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이슬람의 세번째 성지인 예루살렘(아랍어로 알쿠드스)의 알아크사 사원도 무슬림 기간 문을 닫는다.
바레인은 타라위를 위해 알파테 대사원 한 곳만 개방하지만 한 번에 5명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집트도 모여서 먹는 이프타르와 타라위를 금지했다.
알제리 역시 라마단에도 모스크 입장을 금지하고 설교나 쿠란 낭독은 모스크의 첨탑(미나렛)에 달린 스피커를 이용해도 된다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내렸다.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 연휴에 귀향이나 여행을 금지했다. 지난해 이 명절에 2억명이 한꺼번에 이동했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아동, 노약자, 임신부, 환자는 라마단에 금식하지 않아도 된다. UAE 정부는 올해에는 코로나19 환자 뿐 아니라 이를 치료하는 의료진도 금식의 예외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라마단에는 소비가 급증해 상업적으로 '대목'인 만큼 완전한 봉쇄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가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UAE는 강화된 위생 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라마단에 쇼핑몰 영업을 일부 재개하고 통행금지 시간을 줄이는 완화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라마단을 앞두고 이슬람권에서는 금식이 면역력을 약화할 수 있는 만큼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이슬람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는 금식만은 지켜야 한다는 율법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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