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팬데믹 틈타 낙태규제 강화추진…온라인 등서 반대시위
'태아 이상 있어도 낙태 금지' 의회 계류…반대 시위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폴란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시위가 금지된 가운데 집권당이 낙태규제 강화를 추진하자 거리에서 차량과 실내에선 온라인을 활용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고 미 CNN 등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우파 민족주의적 성향의 집권 '법과 정의당'(PiS)이 다수를 차지하는 폴란드 하원은 최근 표결을 거쳐 기형이 있는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법안은 내용 보완을 위해 위원회에 회부됐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는 이미 유럽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낙태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성폭행과 근친상간으로 임신을 한 경우 산모의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태아가 기형인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태아에 문제가 있더라도 낙태를 막는 내용이다.
이에 반발하는 여성들은 집회 규제 속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저항에 나섰다.
지난 21일 수도 바르샤바의 거리로 몰려나온 검은 옷과 마스크 차림의 여성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고 구호를 외치며 낙태규제 강화에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경찰은 스피커로 코로나19의 확산 시기에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라며 귀가를 촉구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고르진스카는 "우리는 정부가 봉쇄조치를 이용해 논쟁적인 법안을 강행하려는 시도를 목격했다"며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낙태법을 개정하려는 이러한 정부의 시도는 항상 수많은 시위를 촉발했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이같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당시에도 집권했던 '법과 정의당'이 낙태전면금지법 제정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여성이 검은 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왔다. 당시에 이들은 '검은 시위대'로 불렸다.
고르진스카는 "이번에 봉쇄조치가 없었다면 수천명의 여성이 거리로 나왔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다른 시위 도구를 사용하는데, 특히 온라인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외부로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은 실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은 시위대', '여성들의 지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들이 검은 색과 흰색 옷을 입거나 낙태약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공유했다.
자택 발코니에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걸거나 운동 등으로 외부로 나갈 때 상의 뒷면에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붙여두는 방식도 등장했다.
폴란드 집권당은 낙태 금지뿐만 아니라 성교육 규제법안도 추진 중이다.
한편 폴란드 집권당은 감염 확산 우려에도 대통령선거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비판을 의식한 집권당은 선거를 현장투표 대신 우편투표로 치르기로 선거법을 개정했다.
야당 '시민 플랫폼'의 얀 그래비엑 대변인은 "이 정부는 국가와 유럽연합이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선거로 만들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유럽의회는 전염병 확산 시기에 선거를 치르겠다는 폴란드에 지난 17일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유럽연합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전 세계 지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자신의 권력을 견고히 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며 헝가리와 함께 폴란드를 이러한 사례로 지적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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