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회생 불가'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 속도낼까
공정위, 심사 6주만에 인수 승인…해외 2곳 심사 남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 6주 만에 제주항공[089590]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하면서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제주항공의 인수 작업이 완료돼야 유동성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23일 공정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적용 예외를 인정해 제주항공의 인수를 승인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이스타항공이 기업결합 금지로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보다 기업 결합으로 이스타항공의 자산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는 편이 경쟁 촉진 관점에서도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는 120일까지 가능하지만 코로나19 여파를 감안, 심사에 속도를 내 6주 만에 결론을 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도 기업 결합 심사 65일 만에 승인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해외 시장 중 경쟁 제한성 평가가 필요한 태국과 베트남에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놓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 승인까지 마무리되면 제주항공은 산업은행 등 금융 당국이 지원하는 1천500억∼2천억원을 토대로 잔금 납부 등 남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인수 의향을 제시한 별개 회사였지만 이후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이스타항공 정상화에 직접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조차 유동성 부족 상황에 처한 만큼 이후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스타항공의 작년 말 자본 총계는 -632억원으로, 2013년부터 7년간 매년 자본 잠식 상태다.
특히 작년에는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불매 운동, 보잉 737-맥스 결함에 따른 운항 중단 등으로 79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유형자산은 450억원에 불과해 항공기 리스료, 공항 이용료, 항공유 구입비, 임금 등 1천152억원(3월 말 기준)에 달하는 미지급 채무액을 상환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3월 말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 상태에 돌입했다.
현재 300명 내외의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이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국내선 운항 재개와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 결정 당시와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만큼 인수 완료와 경영 정상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적어도 2분기까지는 국제선 노선의 운항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상 최악의 항공 업황 하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는 제주항공의 차입금 증가와 재무구조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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