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커우 제도 개혁 속도…윈난성 모든 도시 전입 개방

입력 2020-04-23 11:20
중국 후커우 제도 개혁 속도…윈난성 모든 도시 전입 개방

중앙정부, 인구 300만 이하 도시 후커우 규제 철폐 지침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60년 넘게 유지해온 현행 후커우(戶口·호적) 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윈난성 당 위원회와 성 정부는 전날 합동으로 '도농 융합 발전 정책 실시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성 전역의 후커우 이전 제한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윈난성 당정은 성내 전 도시가 호적 이전 개방 정책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윈난성에서 가장 엄격한 후커우 규제가 있던 성도(城都) 쿤밍(昆明)시의 도심 구역 역시 후커우 전입 제한을 철폐한다고 설명했다.

윈난성의 후커우 제도 개혁 조치는 도시화 속도를 한층 높여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후커우 제도 개혁을 통해 경제 성장 동력을 한층 더 주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점진적인 후커우 규제 완화는 중앙정부의 방침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작년 12월 상주인구 300만명 이하의 중소 도시에서 후커우 이전 제한을 철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새 지침을 발표했다.

쿤밍시의 인구는 680만명이 넘는다. 따라서 윈난성의 전면적 후커우 규제 완화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침을 뛰어넘는 적극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후커우 제도는 1958년 '중화인민공화국 후커우 등기 조례' 제정 이후 60년 이상 큰 틀을 유지해왔다.

과거 중국에서는 한 지역에서 태어나 후커우를 얻고 나면 매우 예외적 사례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후커우를 옮기기가 어려웠다. 엄격한 사회·경제 통제 차원에서 인구 이동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이 심화하고 자본주의 요소가 확대됨에 따라 중국인들은 자유롭게 전국의 다른 도시로 이동해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주거·의료·자녀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복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기 후커우가 아닌 다른 도시에 장기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웠다.

후커우 제한이 농민공처럼 가난한 이들만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중국 대도시는 원칙적으로 해당 지역 후커우를 가진 이들에게만 지역 주택 구매 자격을 주기도 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지방 부자들은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주택을 맘대로 사기 어렵다는 얘기다.

후커우 제도는 민감한 대입 제도와도 연결된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1선 도시' 후커우를 가진 학생은 다른 지역 학생보다 베이징대나 푸단대 같은 명문대에 들어가기가 쉽다. 각 대학은 지역별로 입학생 인원을 배정하는데 소재지 후커우 학생에게 가장 많은 자리가 배정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많은 학부모가 명문대가 많은 베이징 후커우 획득을 갈망하는 이유다.

따라서 그간 중국에서는 해당 도시의 후커우가 있는 '1등 시민'과 임시 거주증(暫住證)을 가진 '2등 시민', 임시 거주증조차 없는 기층 노동자들인 '3등 시민'이 혼재해 산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도성장 시대를 마감한 중국이 경제 발전 동력 주입을 위해 중소 규모 도시 위주로 후커우 이전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지만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거대 도시들의 후커우 이전 규제 완화 속도는 아직도 제한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