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긴 여는데…" 영업 재개 앞두고 심경 복잡한 미 사업주들

입력 2020-04-23 04:38
수정 2020-04-23 14:37
"문 열긴 여는데…" 영업 재개 앞두고 심경 복잡한 미 사업주들

조지아주, 금요일부터 미용실 등서 제한적 재개 돌입…환영과 감염 우려 교차

조지아·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경제정상화 선봉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이번 주부터 미국의 일부 주에서 제한적으로 영업 재개가 시작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 조심스러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택대피령이 장기화한 가운데 영업 재개를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손님과 직원이 감염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미 N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영업 재개를 앞둔 미 조지아주 일부 사업주들을 인터뷰해 이들의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및 위생 지침 준수를 전제로 미용실과 체육관, 네일숍, 마사지숍, 문신숍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한 상태다. 포장과 배달주문만 가능했던 식당도 27일부터 매장 내 식사가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NBC는 "일부 사업주들은 영업을 재개하고 해고를 피할 수 있게 돼서 환영하고 있으나 다른 쪽에서는 손님과 직원들을 보호하는 데 충분한 지침이 제시된 건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주 마리에타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브라 듀프리(56)는 24일에 미용실의 문을 열되 이전과는 다르게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님이 머리를 자르려고 앉는 의자를 8개에서 6개로 줄여 간격을 넓혔다. 미용사가 5명인데 2명 이상이 동시에 일하지 않게 하기로 했고 손님이 입장하기 전에 체온을 재보고 열이 있으면 돌려보내기로 했다.

직원도 손님도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물론 예약을 하지 않고 오는 손님은 받지 않기로 했다.

듀프리는 그동안 미용실 문을 닫는 바람에 연 수입의 4분의 1을 날렸다고 한다. 그는 NBC에 "미용사 두 명은 나오지 않겠다고 한다.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주지사가 잘못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이 90일 이내에 바뀔 거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내가 알던 (예전의 영업) 방식은 사라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같은 지역에서 타투숍을 운영해온 타라 빌랄바조(36)는 켐프 주지사의 결정이 부주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6피트(182.88㎝) 떨어져서 어떻게 타투를 해주라는 말이냐"라며 "주지사가 문 열어도 괜찮다고 한다고 해서 바이러스 전파가 달라지거나 사람들이 덜 죽는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문신에 필요한 장갑이나 의료용 마스크 등을 구할 수 없는 형편인 것도 문제다. 그는 주지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타투숍의 문을 열지 않겠다고 했다.

애틀랜타 인근 식당 '홈메이드'도 손님과 직원의 건강을 우선해 문을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홈메이드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공지에서 "직원과 손님, 가족과 지역사회의 건강에 대한 우려에 따라 이 전례 없는 보건 위기가 잡힐 때까지 서비스 제한을 이어갈 것"이라며 "양심에 따라 영업 재개에 동참할 수가 없다"고 했다.

조지아주 각 지역 시장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지아주에서 감염사례가 많이 나온 올버니시의 보 도로 시장은 "주지사의 결정은 위험한 것"이라며 "우린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조지아주와 테네시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이 경제정상화의 선봉에 섰다. 모두 공화당 소속 주지사로 각 주에 경제정상화 동참을 촉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는 것인데 감염자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아직 경제정상화 시점을 정하지 않은 주들도 적지 않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