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라우에아 화산 2018년 폭발 수개월 지속한 호우가 촉발

입력 2020-04-23 00:01
킬라우에아 화산 2018년 폭발 수개월 지속한 호우가 촉발

지하수 압력 상승으로 암석 사이 틈 생겨 마그마 분출…우기 때 화산 폭발 집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 2018년 5월 하와이섬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은 직전에 수개월에 걸쳐 내린 극단적인 호우가 유발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화산 폭발 위험을 평가할 때 호우도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마이애미대학 해양대기과학과의 박사후과정 연구원인 제이미 파르쿠하슨이 이끄는 연구팀은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 전 이례적으로 많이 내린 비가 화산 활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렇게 내린 빗물이 화산 토양 아래로 침투해 화산 폭발 직전과 폭발이 진행되는 동안 토양의 간극에 존재하는 유체 압력인 간극압(pore pressure)을 지난 50년 사이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이 간극압이 화산 구조를 약화하고 마그마가 지상으로 뚫고 나와 폭발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 기록적인 강우가 지하수 수위를 끌어올려 압력을 높이고 이는 지하 암석 사이에 새로운 틈을 만들어 마그마가 이를 비집고 올라오게 했다는 것이다.

강우가 지진을 촉발하고 화산 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런 작용이 관측된 것은 깊지 않은 지하로 국한돼 있었으며, 깊은 지하의 마그마 움직임에도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었다.

연구팀이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의 역사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1790년 이후 폭발의 60% 가까이가 우기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이 지속한 시간은 건기 때보다 우기 때 더 짧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결과는 비와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5월 3일 폭발해 8월까지 다단계로 진행됐으며, 킬라우에아 주변에 균열이 생기고 화산 정상의 칼데라가 붕괴했다.



이전까지 35년간 상층 동쪽 열곡대(rift zone)에서 마그마가 분출되던 것과 달리 이때는 하층 열곡대에서 마그마가 대량 분출돼 섬 동남부 일대를 폐허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강우와 화산 폭발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 미래의 강우 유발 화산활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지구행성과학과의 마이클 만가 교수는 논평을 통해 "외부의 변화가 화산 폭발을 촉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화산이 역동적 지구의 일부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라면서 "화산 폭발은 기후와 기상을 포함한 지상의 모든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집중호우와 같은 지상의 환경적 변화도 화산 폭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상호작용에 관해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