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아내 잔혹 학대·사망"…'아내 징벌 허용' 형법 논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에서 최근 남편이 아내를 잔혹하게 학대해 결국 숨지도록 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큰 충격을 던졌다.
21일(현지시간) 이라크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서 경찰관 남편 무함마드 알마야흘리가 1년 전 결혼한 둘째 아내 말락 하이데르 알주바이디(20)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중화상을 입혔다.
화상을 입히기 전 알마야흘리는 알주바이디를 휴대전화 충전선으로 고문과 같은 수준으로 학대했고 이를 피해 정원으로 도망가자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내 알주바이디의 친정 가족은 그가 치료받다가 폐와 신장에 문제가 생겨 결국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사진을 보면 병상에 있는 알주바이디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정도로 화상을 입었고 온몸을 붕대로 감싼 모습이다.
이 남편은 결혼 뒤 아내가 8개월간 친정에도 가지 못하도록 협박했고 평소에도 가정 폭력을 저질렀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했다.
남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화상 입은 아내의 사진, 동영상과 함께 "아내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스스로 불을 붙였다. 아내는 SNS를 통해 나와 시댁을 거짓으로 모함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이 남편과 사건 관련자들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경찰에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
이 사건이 이라크에서 널리 알려지자 남편에 의한 가정 폭력을 사실상 방조하는 이라크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라크 형법 41조는 '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사회 상규가 허용하는 일정 한도 안에서 권한이 있는 남편이 아내를 징벌하거나 교사가 학생을,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규정한다.
그간 이라크 국내뿐 아니라 국제 인권단체는 누차 이 형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엔여성기구,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의 여러 단체는 16일 낸 공동성명에서 "가정 폭력을 허용하는 법 탓에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이성간 폭력이 허용된다"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라크에서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편의 가정 폭력 범죄가 잦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테판 힉키 주이라크 영국대사도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알주바이디 사건에 매우 슬프다. 수사가 가능한 한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심리적, 육체적 가정폭력이 전 세계에 만연해진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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