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코로나에도 30대가 서울 아파트 가장 많이 샀다

입력 2020-04-21 11:11
수정 2020-04-21 14:17
대출규제·코로나에도 30대가 서울 아파트 가장 많이 샀다

1분기 서울 아파트 매수 30대가 31.2%로 1위…40대와 격차 벌려

성동구 30대 매입 43% 달해…"세부담 덜자" 강남 등지 증여도 다시 증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수한 연령층은 30대였다.

12·16 부동산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전반적인 거래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30대가 급매물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증여 거래도 올해 들어 다시 증가 추이가 뚜렷해졌다.

2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증여·교환·판결 등 제외한 순수 매매거래 기준)은 총 2만9천165건으로, 이 가운데 31.2%인 9천101건을 30대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시장의 전통적인 큰 손인 40대(27.6%)와 50대(18.8%)의 매입 비중을 압도하는 것이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4분기에는 30대(29.43%)가 40대(29.44%)에 근소한 차이로 뒤졌으나 12·16대책과 코로나 등을 겪으며 올해 다시 역전된 모습이다.

작년 1분기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26.7%)보다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지난 2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2.9%를 기록해 매입자 연령대별 거래량이 공개된 지난해 1월 이후 월별 거래량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의 매입이 활발한 것은 청약시장에 가점제 물량이 확대되면서 가점에서 밀린 30대들이 기존 주택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보유세와 대출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의 매수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무주택자가 많아 세금이나 대출 규제가 덜한 30대들이 주택시장에 대거 진입하는 분위기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코로나 사태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 내 팔려고 나오는 급매물을 찾는 수요자 가운데 30대가 상당히 많다"며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데 30대는 집값이 떨어졌을 때 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유독 서울이 높다.

올해 1분기 거래된 전국 아파트는 총 24만3천243건으로 이 가운데 30대 매입 비중은 23.5%를 기록해 40대(28.1%)에 못 미친다.

부산(30대 21.1%)과 대구(19.9%), 대전(21.6%) 등 지방 주요 광역시는 물론 인천(20.7%), 경기(23.2%) 등 수도권도 모두 30대보다 40대의 매입 비중이 높다.

그런데 유독 서울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많은 데다 일부는 부모의 지원을 받아서라도 적극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특히 직장과 가까워 젊은층이 선호하는 도심권에서 30대의 매입이 두드러진다.

성동구의 경우 올해 1분기 구 전체 거래량의 43.7%를 30대가 사들였다. 40대(25.4%)나 50대(15.9%)를 압도하는 수치다.

또 마포구(35.9%), 동대문구(35.1%), 서대문구(34.8%), 중구(34.3%), 성북구(32.9%) 등지도 30대의 매입이 많았다.

이와 함께 새 아파트가 많고 교통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강서구(36.6%)나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구로구(34.5%) 등도 30대의 매입 비중이 높았다.

전통적으로 40대의 매입이 높은 강남3구는 올해 1분기에도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 40대 매입 비중이 각각 40.6%, 35.7%로 30대(23.7%, 26.3%)보다 높았다.

그러나 송파구는 올해 1분기 30대 매입 비중이 31.6%로 40대(28.5%)를 처음 추월했다.



서울 아파트 증여거래도 작년 4분기보다 늘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3천966건으로 전체 거래량(4만9천581건)의 약 8%에 달했다.

이는 증여가 역대급 수준이었던 작년 1분기(16.5%)보다 줄었지만 작년 4분기(7.2%)보다는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강남권의 증여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강남구의 아파트는 총 1천826건이 거래된 가운데 증여 건수가 406건으로 22.2%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1.4%)는 물론 작년 1분기(14.5%)보다도 높은 것이다.

서초구도 올해 1분기 증여 비중이 19.2%로 작년 4분기(11.4%)보다 높아졌다.

강남, 서초구의 경우 12·16대책의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로 일반 매매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를 하거나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한시적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대상이 10년 보유주택으로 한정되면서 10년 미만의 양도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가 어려워 증여로 돌아서고 있다"며 "10년 이상 보유자 역시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내 증여를 해야 절세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자녀에 사전 증여를 하거나 부부공동명의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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