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코로나 환자 4명 중 3명은 기숙사 거주 이주노동자

입력 2020-04-21 10:18
싱가포르, 코로나 환자 4명 중 3명은 기숙사 거주 이주노동자

"기숙사, 인지 사각지대였다…억제 못 하면 대중에게로 쏟아져 들어갈 것"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최근 들여 급속히 악화하면서 모든 눈이 기숙사에 공동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로 쏠리고 있다.

각종 수치를 보면 싱가포르 코로나 19 상황은 '기숙사 이주노동자' 확진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달려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21일 보건부 발표를 인용, 전날 1천426명이 추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적 확진자가 8천14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에서 하루 기준으로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신규 확진자 중 '기숙사 이주노동자'가 1천369명으로 96%를 차지했다.

지난주의 경우, 신규 확진자 중 비율이 90% 정도였던 것에 비해 더 늘었다.

지난 13일 2천918명이었던 누적 확진자는 일주일 새 두 배 반 이상 폭증했다.

반면 기숙사 이외 지역사회 감염은 줄어들고 있다. 하루 평균 지역사회 감염자 수는 2주 전 39명이었지만 지난주에는 29명으로 떨어졌다.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를 알 수 없는 확진자도 지난 2주간 하루 평균 20명 선을 유지했다.

해외유입 사례는 이달 9일 이후 한 명에 불과해 사실상 0에 가깝다.



누적 확진자 8천14명 중 '기숙사 이주노동자' 확진자는 6천75명(75.8%)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환자 4명 중 3명 이상은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임을 의미한다.

이는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하는 32만3천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약 1.9%다.

이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43곳 중 28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 중 18곳은 이미 격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밖에도 공장을 개조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숙사 최소 14곳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 이 중 한 곳이 이날부터 처음으로 격리 지역으로 지정됐다.

격리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더 강력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은 대규모 '기숙사 이주노동자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보건부 역시 대규모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이전보다 더 많은 기숙사 이주노동자 확진자들을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이주노동자들에게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데에는 한 방에 최대 20명까지 모여 생활하는 기숙사 주거 상황의 취약성을 싱가포르 관리들이 과소평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에게 의료 봉사를 하는 싱가포르 국립대 보건대학의 제레미 림 교수는 타임에 "기숙사와 이주노동자 관리는 (당국의) 인지 사각지대였다"면서 "이 기숙사들은 구조적으로 코로나19 예방에 필요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림 교수는 "싱가포르는 중대한 시점에 있다"면서 "기숙사 이주노동자들의 코로나19 발발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싱가포르는 매우 작고 촘촘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반 대중에게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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