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北대사관에 빛바랜 '김일성-中지도자 우의 사진' 등장
김정은 사진 대신 김일성과 마오쩌둥·덩샤오핑 사진 내걸려
"선대 우호관계 강조로 중국의 대북지원 끌어내겠다는 의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북한의 고립이 가속되는 가운데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이 고 김일성 국가 주석과 중국의 대표 지도자였던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과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회동 사진을 내걸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북한은 미국 주도의 강력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방제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어 북·중 선대의 우호를 강조해 중국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북한대사관 정문 바로 옆의 대형 게시판에는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 중국 국가 지도자들과 만난 장면을 담은 빛바랜 사진들이 대거 내걸렸다.
현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 활동 사진이 아니라 오래 세월이 흐른 김일성 주석 관련 사진으로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이 도배된 것은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게시판에는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과 1958년 11월 회담을 하며 악수하지는 사진, 1975년 4월 덩샤오핑 등과 난징(南京)을 둘러보는 사진, 1982년 9월 덩샤오핑과 회담하는 사진이 붙어있다.
또한 1992년 4월 김일성 주석과 양상쿤(楊尙昆) 국가 주석이 건배하는 사진, 1958년 2월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 총리와 회동 사진, 1991년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과 양저우(揚州)시를 참관하는 사진 등도 내걸렸다.
그동안 주중 북한대사관은 옥외 게시판에 지난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만난 사진과 더불어 시 주석의 북한 답방 사진을 게시해왔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사진에 이어 김일성 주석과 중국 역대 지도자들의 회동 사진을 연달아 게시한 것은 북한이 북·중 간 전통 우호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북미 간 핵 협상 교착 속 중국의 지원 필요성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북한대사관 게시판을 도배했다는 것은 북중 관계의 핵심인 선대 지도자들의 우호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대북 지원을 다시 끌어내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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