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코로나19 타격 속 총리 1∼2월 긴급회의 상습결석 논란

입력 2020-04-20 12:12
영국, 코로나19 타격 속 총리 1∼2월 긴급회의 상습결석 논란

더타임스 보도…"사생활 정신팔려 외유로 5차례 불참"

정부 "총리 보통 불참" 항변에도 '소극적 부실대처' 비판 고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긴급안보회의에 다섯차례나 불참한 것으로 나타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일판인 선데이타임스는 현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존슨 총리가 지난 1~2월 코로나19에 관한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Cobra) 회의'에 다섯차례나 참석하지 않았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존슨 총리가 이혼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밟고 있고, 자녀들에게 임신한 여자친구와 결혼하겠다는 계획을 알리는 등 본인의 사생활에 정신이 팔려 런던 밖에서 12일을 보냈다면서 총리가 이 기간 정부 소유 휴양지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영국이 지난 2월 말 보호장비 일부를 중국에 수출했다는 사실도 함께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2월 말 코로나19를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영국은 감염자가 빠른 속도로 늘며 진단검사 장비 및 의료진을 위한 보호장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오후 기준으로 영국 내 사망자는 1만6천60명에 이르며 이는 병원에서 사망한 인원만 집계한 것으로, 다른 곳에서 발생한 사망자를 더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존슨 총리가 부재한 가운데 나온 이 같은 언론 보도에 현 정부 인사들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존슨 총리의 최측근인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스카이뉴스와 BBC 방송 등에 출연해 "선데이타임스의 보도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존슨 총리가 코브라 회의에 다섯차례 불참한 것은 맞지만, "대다수의 코브라 회의는 총리가 참석하지 않는다"면서 정상적인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코브라 회의는 "관계있는 분야의 장관이 주재한다"면서 "총리는 (회의에서의) 결정을 모두 알고 있었고, 일부는 본인이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전체 맥락에서 벗어나 한 가지 사실을 갖고 자극적으로 고발성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공정한 보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교육부 장관도 이후 열린 기자회견서 총리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 왔다"며 고브 실장을 지원 사격했다.

잉글랜드 부(副) 최고의료책임자인 제니 해리스는 최종 사망자를 모르는 상황에서 영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대응이 잘됐는지 아니면 잘못됐는지를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다른 관료가 코브라 회의를 주재하는 일이 있기는 하나, 지금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선 총리가 주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언론 담당 비서였던 데미안 맥브라이드도 트위터에 2007년 구제역이 유행했을 당시 브라운 전 총리가 모든 코브라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밝혔다.

야당인 노동당의 조너선 애시워스 그림자 내각 보건장관은 고브 실장의 해명에 대해 "영국 정치사에 있어 가장 부실한 반박일 것"이라며 "전 세계가 얼마나 이 사안이 심각한지를 지켜볼 수 있었던 2월 내내 코브라 회의를 불참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총리가 회의에 불참했다는 것은 "초기부터 행동하지 않았다는 의미" 라고 주장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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