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기싸움' 나선 브라질 대통령 극우 행보 강화
군부개입 촉구 집회서 연설…정치권·법조계 등 일제히 우려 표명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극우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군부에서도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의 육군본부 앞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육군의 날'을 맞아 열린 이날 집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를 무시한 것은 물론이고, 참가자들은 의회·대법원 폐쇄를 주장하고 군부의 정치 개입을 촉구하는 등 정치적 구호를 외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낡은 정치 청산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사회적 격리를 주장하는 주지사들과 의회, 대법원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지지자들은 의회·대법원 폐쇄와 함께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와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 퇴진을 촉구했으며,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좌파 탄압에 이용된 보안법 부활을 주장했다.
정치권은 코로나19 위기를 과학 아닌 정치로 풀려고 한다며 일제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반민주적 집회를 자극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고, 도리아 주지사는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승리하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좌파 노동자당(PT)의 글레이지 호프만 대표는 "보우소나루가 또다시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불법적 행위를 자극하는 정치적 연설은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집회 참석이 군부의 정치 개입 금지를 규정한 헌법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루이스 호베르투 바호주 대법관은 "민주주의가 회복된 지 30년 만에 군사정권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현실이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헌법과 민주적 제도를 지켜야 하는 내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부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날 집회에 참석해 연설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으며, 각료들은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더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이날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사회적 격리에 반대하는 차량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영업활동 재개와 일터 복귀를 촉구하면서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만 격리하고 일반인들은 일터로 복귀해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제한적 격리' 주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차량 시위가 계속되는 동안 냄비나 프라이팬, 주전자 등을 두드리며 보우소나루 퇴진을 촉구하는 냄비 시위도 벌어졌다.
냄비 시위는 지난달 17일부터 계속되고 있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여론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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