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초 두산중공업 정상화 방안 확정…"추가지원 1조 미만"

입력 2020-04-19 07:03
내달초 두산중공업 정상화 방안 확정…"추가지원 1조 미만"

채권단, 실사 작업중…두산솔루스 매각 성사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남권 기자 =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긴급 수혈받은 두산중공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이르면 다음달 초 확정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제출한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19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전반에 걸쳐 실사를 벌이고 있다.

실사는 5월 초 또는 중순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실사 내용과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토대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한다.

두산그룹이 지난 13일 제출한 자구안에는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솔루스 매각과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는 ㈜두산(17%)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들이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지분 전량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돼 다른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두산그룹 측은 삼성, LG, SK 등 대기업에 투자안내서를 보냈고, 8천억∼1조원의 매각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입장에선 두산솔루스 매각 성사가 중요하다. 두산솔루스 매각 대금은 유상증자 형태로 두산중공업을 지원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긴급 지원을 받은 1조원으로 급한 불은 껐으나 유동성 위기는 여전하다.

두산중공업은 당장 2분기에 회사채(1조1천700억), 기업어음(375억원), 전자단기사채(4천586억원)의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채권단도 추가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나 두산그룹의 자구노력을 보면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가 지원을 하더라도 규모는 1조원 미만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에 처음 지원한 1조원보다 많은 금액을 추가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지원에 영향을 줄 경영정상화 방안을 두고 채권단과 두산그룹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채권단은 1조원의 긴급 자금을 빌려주면서 계열주, 대주주 등의 철저한 고통 분담과 책임이행, 자구노력 등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한 바 있다.

두산솔루스 매각 외에 연료전지 회사인 두산퓨얼셀과 두산중공업 자회사 네오트랜스, 두산메카텍, 석탄 사업부, 인도 법인 등의 매각도 거론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두산 측이 두산솔루스 매각과 임직원 급여 삭감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겠지만 채권단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이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손질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두산중공업의 알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두산 측의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채권단이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구조를 끊어내라고 요구하면서 주목받았던 그룹 내 지배구조 재편은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 입장에서 자구안의 우선순위를 보면 두산솔루스나 두산퓨얼셀 매각이 첫째고, 두산건설은 시장성 문제 때문에 우선순위라고 하더라도 시장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은 제일 후순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입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두산중공업을 포기하는 시나리오도 시장에서는 거론된다.

두산그룹 내 우량한 사업들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골칫거리'인 두산중공업을 살리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두산중공업을 그룹에서 떼어내 채권단 인수를 거쳐 한국전력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두산중공업의 위기 원인이 자회사인 두산건설 지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고 그룹 내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찮다.

발전사업을 하는 업체가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지 않고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그룹 내에 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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