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반중시위 관여' 범민주 인사 무더기 체포(종합)

입력 2020-04-18 18:04
홍콩 경찰, '반중시위 관여' 범민주 인사 무더기 체포(종합)

빈과일보 사주 등 최소 14명 연행…중국이 '국가안보' 거론 후 행동나서

야권 "중국 대본대로 움직여" 반발…친중진영 "법앞에 평등"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홍콩 경찰이 지난해 홍콩 내 반중 시위에 관여한 혐의로 범민주진영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18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아침 최소 14명의 야권 인사를 잡아들였다.

체포된 인사는 홍콩 민주당을 창당했던 마틴 리(李柱銘)를 비롯해 노동단체 홍콩직공회연맹 리척얀(李卓人) 주석, 렁쿽훙(梁國雄) 사회민주연선 전 주석, 융섬(楊森) 민주당 전 주석 등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지난해 8월 18일과 10월 1일, 10월 20일 불법 시위·행진을 조직하고 참여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반중국 성향 매체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라이치잉·黎智英)를 체포하기 위해 그의 자택에 들이닥쳤지만, 당시 그는 집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미 라이도 귀가 후 오후 2시 50분(현지시간)께 체포됐다는 게 SCMP 설명이다.

홍콩 경찰은 지난 2월 말에도 지미 라이와 융섬, 리척얀 등을 체포했지만,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바 있다. 당시 이들에게는 지난해 8월 31일 불법집회에 참여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홍콩 야권은 최근 자신들에 대한 중국의 비판이 나오자마자 경찰이 체포에 나섰다며 반발했다.

뤄후이닝(駱惠寧) 홍콩주재 중국 연락판공실 주임은 15일 "(지난해 시위에서) '홍콩독립분자' 등이 법치의 핵심가치에 큰 충격을 가하고 국가안보를 해쳤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 우치와이(胡志偉) 대표는 "체포시기가 너무 우연의 일치다. 지난주 홍콩주재 중국 연락판공실과 공무원, 정치인들이 우리를 비판하고 국가안보와 관련해 경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체포는 반대자를 침묵시키려는 것"이라면서 "범민주 진영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입법회 야당 의원인 클라우디아 모(毛孟靜)는 홍콩 정부와 경찰이 "중국이 짠 대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친중 진영에서는 이번 체포는 정치적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라고 맞섰다.

친중파 의원 레지나 입(葉劉淑儀)은 "모든 주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면서 "유명인사, 언론사 사주, 전·현직 입법회 의원라도 특권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18일 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170만명, 경찰 추산 12만8천여명이 참가했다.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이던 지난해 10월 1일 시위에서는 폭력충돌 과정에서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고 지하철역을 훼손했으며 경찰이 실탄 6발을 발사했다.

8월 18일 집회에서는 체포자가 없었지만 10월 1일과 20일에는 각각 285명, 88명이 경찰에 연행된 바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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