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코로나 병상 수 과대 공표…지자체 '곤혹'
아베 총리 '빈 병상, 전용 병상 간주' 수치 계속 언급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일본 의료체계가 포화 상태에 빠져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 환자용 전체 병상 수가 부풀려져 공표됐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도쿄신문은 17일 코로나19 환자 병상 확보 업무를 맡은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을 상대로 직접 파악한 결과, 정부가 발표한 수준과 큰 괴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3일 참의원(상원) 본회의 답변에서 2만5천개 이상의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일 관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선 이 병상 수를 '현재의 2만8천개에서 5만개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쿄신문은 지난 6일 이후 각 지자체 발표와 자체 파악한 내용을 합산한 결과 전국의 코로나19 환자용 병상 수는 아베 총리가 공표한 수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만1천개 정도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후생노동성 담당자는 그간 공표해 온 병상 수에 감염증 지정의료기관 내의 비어 있는 일반 병상 수를 포함했다며 해당 의료기관은 감염증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사와 간호 인력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중앙정부에 보고한 빈 병상 수를 그대로 코로나19 대응 병상 수에 합산할 줄 몰랐다면서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가가와(香川)현 담당자는 "비어 있다고 해서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쓸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코로나19 대응 병상 수에 넣기 위해서는 감염 예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지 등을 병원 측에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압제어 장치 등 특수 시설을 갖춘 일본 감염증 지정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작년 4월 1일 현재 1천871개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지정의료기관 병상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일반 병원도 감염 예방 대책을 마련한 뒤 코로나19 환자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경증 환자는 호텔 등 병원이 아닌 제3의 시설에서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도쿄도(都)는 17일부터 경증자와 무증상 확진자의 경우 입원 절차 없이 자택에서 요양토록 하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16일 현재 도쿄 지역에서만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이 부족해 200명가량의 확진자가 입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K 집계에 따르면 17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일본 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9천297명(공항 검역단계 확인자와 전세기편 귀국자 포함)이고, 여기에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 712명을 더한 전체 감염자 수는 1만9명이다.
일본의 전체 감염자 수는 도쿄도(都) 등 7개 도부현에 1차로 긴급사태가 선포된 지난 7일 5천명대를 기록한 지 9일 만에 2배 규모로 급증했다.
광역지역별 확진자 수는 도쿄가 2천595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오사카부(府) 1천20명이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