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도 코로나19 겁낸다…기회로 여기다 '보신모드' 돌입
IS·알카에다, 조직원에 '건강 지침' 전달
탈레반, 인도주의 기관과 적극협조
전문가 "창궐이 테러준비에 도움될 수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도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몸을 사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틈타 서방 세계에 대한 공격을 선동했던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탈레반 등이 입장을 바꿔 건강 지침을 권고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는 당초 온라인 선전매체 '알나바'를 통해 코로나19가 '십자군 국가'에 대한 벌이라고 묘사하며 바이러스가 퍼진 서방 국가들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최신 호에는 바이러스가 미국에 대한 벌이라는 점을 명시하면서도 이슬람교도만 이 질병을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저자는 과거에 발생했던 비슷한 전염병 사태에서도 이슬람교도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동시에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극단주의 연구가 아이멘 자와드 알타미미는 IS가 "전염병은 신의 뜻이지만, 그 의도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이슬람교도에게 회개하고, 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 않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오히려 IS가 "조직원과 지지자에게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지침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서구의 약점을 이용해 공격을 이어갈 것을 장려하면서도 조직원들이 공격을 위해 서방 국가를 방문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IS는 신규 조직원이 양산되는 난민과 억류자 사회가 이번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조직원들에게 이들을 해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는 지난주 코로나19에 대한 지침과 설명이 담긴 6장 분량의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위기가 "올바른 교리를 전하고, 사람들을 억압과 압제자에 대한 저항과 성전으로 이끌 기회"라고 표현하는 동시에 이슬람 세계에 미친 코로나19의 여파에 대해 "우리 자신의 죄악과 외설, 도덕적 부패"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알카에다 소말리아 지부에 해당하는 알샤바브도 2주 전 전염병 확산 위협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고, 지지자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더 적극적으로 감염자를 치료하거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돕는 인도주의 기구를 지원할 것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당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만약 우리가 통제하는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한다면, 지역 내 전투를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탈레반 소속 의료진이 동부 낭가르하르 지역에 비누와 마스크, 장갑을 배포하는 모습을 공개했으며, 지역사회 지도자들에게 질병 확산을 막는 예방책 등을 전달했다.
가디언은 앞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정부들이 전염병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무장단체가 이러한 공백을 이용해 세력을 넓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극단주의의 영향을 입은 나라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향후 몇주에서 몇 달 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극단주의 세력 소탕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은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안보 문제와 IS 퇴치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위협을 받아 성전주의자들이 이후 더 과격한 테러 공격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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