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3단계 정상화에 "모호·시기상조" 우려 목소리(종합)

입력 2020-04-17 14:40
수정 2020-04-17 14:50
미국 코로나19 3단계 정상화에 "모호·시기상조" 우려 목소리(종합)

WP "백악관, CDC·재난관리청의 자세한 지침 반영 안 해"

펠로시 "트럼프 실책 가리려는 것"…바이든 "트럼프, 도박 벌이는 것"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미국 백악관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완화 이후 경제 정상화를 위한 3단계 대응 지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자세한 대응 지침을 제시했지만 백악관이 이를 구체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WP는 "최근 백악관이 CDC 측에 학교와 보육시설, 취약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 종교 시설 등 4개 분야에 대한 재개방 지침을 요구했다"며 "이에 CDC는 각각의 분야에 대해 한 페이지 반 분량의 자세한 지침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CDC 지침에 따르면 교회의 경우 직원과 신도의 감염을 막기 위해 멀리 떨어져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찬송가와 성경 등은 비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예배나 성금 모금 방식도 조정하도록 했다.

반면, 백악관이 발표한 교회 예배에 대한 지침에는 ▲ 엄격한 사회적 거리 준수(1단계) ▲ 완화된 사회적 거리(2단계) ▲ 제한된 사회적 거리(3단계)로 나누었을 뿐 다른 내용은 추가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특정 사업 분야와 각 사회 시설에는 더욱 구체적인 안전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모호하고 일관적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검진 능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을 가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도박을 벌이는 것"이라며 "코로나19 검진을 더욱 광범위하게 실시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대응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방국민보건연구소관리자협회(ASTHO) 마이클 프레이저 국장은 "백악관 지침이 각 주에 최종 결정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면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러한 지침을 준수하고, 코로나19 확산을 막도록 검진·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국장은 "안타깝게도 2주 안에 활동을 재개할 만큼 코로나19 검진 능력을 갖춘 주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배리 블룸 하버드대 보건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백악관 지침에는 많은 고려가 들어가 있지만 너무 모호하다"며 "또 코로나19가 다시 급속도로 퍼질 가능성을 대비해 병원들이 진단·치료 역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지미 파네타(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경제 활동 재개를 너무 서두를 경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시시 자 하버드대 국제보건연구소장은 트위터에서 "백악관 대응은 처음은 느리게 시작해서 점차 자리를 잡아 가는 신중한 방식"이라면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평가 기준이 미흡한 데 대해 지적했다고 정치전문매체인 더힐이 전했다.

요컨대 각 주지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14일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야 하는데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진량 자체가 적으면 확진자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학교 조교수는 블룸버그 칼럼에서 베트남 전쟁 때 사망한 미국인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 상황에 경제 활동의 조기 재개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미스 교수는 "사람의 건강 문제와 경제적 효과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데 이동 제한을 풀면 경제가 급속하게 반등할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됐다"며 "경제와 생명을 두고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건 의료 체계를 통해 코로나19를 확실히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재개방은 보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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