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앙지 우한 시민들 "사태 책임 소재·사망자 수 밝혀라"
홍콩매체 보도…"시민들, 미국인이 질병 옮겼다 믿어"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후베이성 우한(武漢) 시민들이 초기 대응 실패를 들어 책임 소재와 희생자 규모 등 피해 실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홍콩매체 보도가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려졌던 우한 봉쇄령이 76일 만인 지난 8일 해제된 뒤 우한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드론 판매원인 톈시씨(33)는 지난 2월 자원봉사 도중 한 주택단지에서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차량으로 시신 가방을 옮기고, 여성들이 통곡하며 뒤따라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톈씨는 차 안에 다른 시신 가방이 여럿 있는 것을 봤다면서 "이 기억이 평생 남아있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톈씨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유행 후 만들어진 중국의 질병 조기경보 통제시스템이 이번에 왜 작동하지 않았고, 경찰이 왜 질병 확산을 경고했던 리원량(李文亮) 등 의료진을 입막음했는지 등을 알고 싶다고 밝혔다.
우한 중난(中南)병원 의사 왕모씨는 "가장 마음이 움직인 것은 리원량의 죽음이다. 그는 위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다수 의사가 그를 본받아 (향후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동일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씨는 중국 정치 시스템에서 의료전문가들을 홀대했고,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권한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스티븐 청씨는 "정책결정권자들이 일선 의료진을 방문하거나 얘기를 들었다면,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듣고 좀 더 일찍 예방 조처를 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청씨의 부친과 임신 중인 아내는 1월 말 코로나19 증상을 보였다. 당시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병원으로 밀려들면서 병상 부족 등 의료시스템 마비가 나타나던 때였고, 청씨 가족은 2주간 병상을 찾기 위해 전전해야 했다.
청씨는 봉쇄령이 내려질 당시 실제 환자 수가 공식발표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면서 "얼마일지 알 수 없지만 사망자도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문제가 있지만, 그들은 개인을 존중하는 면에서는 (중국보다) 잘했다"면서 "이탈리아에서는 신문에 수많은 사망자 약력을 실었지만 중국에서는 하지 않았고, 심지어 실제 숫자를 은폐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호텔을 경영하는 장중린씨는 도시 봉쇄 전까지 지방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아무 경고도 하지 않았다면서 "분명 12월에 많은 환자가 있었고 위기를 경고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정부가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작가인 후파윈씨는 우한 시민 대다수가 절망감을 느꼈다면서 "정부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우선 정부 조치의 잘잘못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씨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 또 (의료시스템 마비 당시) 다른 기저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몇 명인가"라고 물었다.
SCMP는 하지만 중국 지식인과 서방 정치인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부와 정부의 초기 은폐 등에 대해 지적하고 있지만, 우한 주민들 사이에서 중앙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적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중앙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우한에 자원을 쏟아부은 데 대해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인터뷰에 응한 우한 주민 최소 8명은 지난해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국인들이 바이러스를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우한의 택시 운전기사 청모씨는 초기 환자들이 군인체육대회 직후 나왔다면서 "시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을 뉴스에서 본 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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