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의료자원 코로나 집중…에이즈·결핵 등 대응 고삐 풀릴라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다른 질환과의 싸움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매년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에이즈, 결핵, 콜레라와의 오랜 싸움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말라리아를 비롯한 다른 질환을 퇴치한다며 목표 기한을 정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수십 년간 이어진 이러한 노력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도 뭄바이에 거주하는 라비나 더수자(43)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자국 정부가 지난달 봉쇄 조치를 취한 이후 정부가 지원하는 항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약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재고가 바닥난 것이다.
더수자는 자신의 면역체계 붕괴를 걱정하며 "코로나19 또는 어떤 질병에 걸려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존 응켄가송 박사는 다른 질병 관련 자원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전환되면서 해당 질병 대응 인원의 급격한 감소를 우려했다.
병원에선 코로나19 대응에 초점을 두면서 의료자원이 이에 집중돼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보건의료 서비스마저 중단된 상황에선 이러한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선 이미 보건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
수단 수도 하르툼에 있는 알리밧 국립병원 의사들은 전국적 조치 내용이 담긴 세부문서를 공유했는데, 여기에는 응급실에 적은 수의 환자 수용, 선택적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일 경우 무기한 연기, 비필수적 상황일 경우 1차 진료 제외, 숙련된 의료진은 코로나19 환자 진료로 전환하기 등의 대책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한국 등 매우 발전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춘 국가들에서조차 결핵 등의 질병 치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들이 외면받아야 했다고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공보건대학의 손호준 씨는 AP에 말했다.
손 씨는 "코로나19 대응으로 보건체계에 과부하가 걸리고 정부는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확인되지 않은 결핵 환자들의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최근 또다시 에볼라가 발병했으며 앞서 홍역으로 6천여명이 사망했다고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현지 책임자가 밝혔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다른 질환 환자의 치료에만 제한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인도의 경우 봉쇄 조치 기간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의료기관으로 이동이 어렵고 검사 표본도 관련 기관에 보낼 수 없게 됐다.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주요 약품과 보호장비 등 의료물품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국경없는의사회의 마크 비오 운영국장은 설명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국경 폐쇄와 항공 운항 중단 등으로 21개국에서 백신 부족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이 지원하는 유엔 기구인 홍역·풍진 이니셔티브(M&RI)는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이 24개국에서 이미 연기됐으며 총 37개국 1억1천700만명 이상의 아동이 접종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에라리온의 지역사회 보건 전문가인 라시드 안수마나는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CDC의 응켄가송 박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보건의료 분야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함에 따라 다른 질병의 대응 노력이 진전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강조해야 할 시간은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j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