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봉쇄령은 시간 벌이용…확진자 급증 불가피"

입력 2020-04-14 22:30
"남아공 봉쇄령은 시간 벌이용…확진자 급증 불가피"

남아공 정부 자료 "기하급수적 증가 앞서 4∼6주 대비기간 확보"

남아공 발병 궤도 독특…선제적 검사·치료시설 보강에 집단매장지도 준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예외가 없다. 불편한 진실이긴 하지만 우리도 별수 없이 기하급수적 환자 발병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맞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봉쇄령을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지만, 이는 시간벌이용일 뿐 결국 확진자 급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살림 압둘 카림 남아공 보건부 장관 직속 코로나19 자문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저녁 TV로 생방송된 언론 브리핑에서 "봉쇄령 덕분에 초기 기하급수적 확진자 발병을 막았지만, 이는 4∼6주간의 대비용 시간을 벌어준 것일 뿐"이라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카림 자문위원장은 즈웰리 음키제 남아공 보건장관도 바로 옆에 배석한 가운데 남아공 정부의 그간 대응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자료를 제시하면서 향후 코로나19 전개 과정을 예상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아공은 봉쇄령 조기 시행 덕분에 세계 어떤 다른 나라와도 다른 발병궤도를 보였다.

첫 확진자가 나온 첫 10일간은 영국과 비슷한 궤도를 보였으나 지난달 27일 록다운(lockdown·봉쇄령) 돌입 이후 다른 많은 나라처럼 급격히 치솟지 않았다.



카림 위원장은 다른 성공적 대응 사례로 싱가포르와 한국 등을 들면서 한국도 발병 곡선이 평평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 반면 남아공은 단기간에 이를 성취했다고 자평했다. 대신 한국은 봉쇄령을 시행하지 않았다.

그는 검사가 미진해서 신규 확진자가 적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면서 2만8천명의 지역사회 보건직원이 흑인 밀집지역인 타운십 등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로 이 점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남아공 특유의 대응 방식이라면서 확진자 급증을 피할 수 없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보다 한발 앞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키제 보건장관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1차 스크린 검사가 43만여명에 대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식 검사자 수는 8만3천663명이며 이 가운데 확진자는 2천272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27명이다.

카림 위원장은 초기 발병 당시 유럽 등 외국 여행력을 가진 사람들과 그와 접촉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지역사회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봉쇄령으로 이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봉쇄령이 아니었으면 우리도 들불처럼 확진자가 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남아공도 특별한 마법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코로나19를 피해갈 수는 없다면서 결국 기하급수적 확진자 증가가 조만간 도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봉쇄령으로 그에 대비할 귀중한 시간을 확보한 만큼 향후 4단계에 걸쳐 앞서 해왔듯 선제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때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발원지에 해당하는 '핫스폿'의 확산 불길이 더 번지기 전에 먼저 이를 진화하고 수주 전부터 시작된 야전 병원 건설 및 시설 확보를 통해 중증환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선별작업이 없으면 산소호흡기나 중환자실(ICU)도 태부족인 상황에서 미국 뉴욕처럼 한꺼번에 환자가 몰려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사망자 발생에 따른 매장지 확보, 심리·사회적 충격에도 대비하고 깨어서 감시하는 체계를 일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가오는 겨울철에 코로나바이러스와 독감이 섞일 가능성에 대비하고 질병에 취약한 60∼70세 고령자에 대한 부분적 록다운을 지속해서 시행하는 한편 산소호흡기와 임시 ICU, 개인보호장비(PPE)도 최대한 확보할 것을 조언했다.

카림 위원장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90명 이상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이달 말까지인 록다운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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