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국' 대만 부상에 불편한 중국…양안 긴장 고조"

입력 2020-04-14 17:26
"'방역 모범국' 대만 부상에 불편한 중국…양안 긴장 고조"

중국 항공모함 동중국해 항행에 미·대만도 '경고성 훈련'

WSJ "코로나 사태로 대만 입지 강화된 여파" 분석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부상하자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견제에 나서는 동시에 무력 시위까지 벌여 양안간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호위함 5척 등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모항을 떠나 동중국해에서 항행 훈련을 벌였다.

이어 11일에는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의 미야코(宮古) 해협을 통과했고 이튿날에는 대만 동부 외해에서 남쪽으로 항행했다.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잇단 무력시위에 대만과 미국은 경고성 군사훈련으로 맞불을 놨다.

14일 연합보와 중앙통신사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미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 RC-135W(리벳 조인트)와 해상초계기 P-3C가 잇따라 대만 남부 공역에 나타났다.

최근의 양안간 긴장 국면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대만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저널(WSJ)이 최근 분석했다.

대만 정부의 발 빠른 대응 덕분에 대만 인구 약 2천400명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14일(한국시간) 기준으로 400명이 채 나오지 않았다.

이런 방역 성과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입지가 부쩍 강화됐다.

하지만 중국으로선 이런 상황에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국의 정치·경제 체제가 대만의 자유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이 무색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노팅엄대의 조너선 설리번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대만에 갑자기 관심이 쏠리고, 대만이 지지와 존중을 받는 상황이 중국으로선 불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만에서는 자국 독립 여론도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양안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대륙위원회가 대만 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의뢰해 최근 1천8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대만이 현 상태를 유지하되 궁극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6.7%로 조사됐다.

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나온 여론조사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중국이 즉시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9.3%에 달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태도를 두고도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대만은 WHO가 중국의 압력으로 인해 자신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발병 사태 초기 상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8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대만으로부터 인종차별적 비방을 받아왔다고 주장하자, 대만에서는 그가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거브러여수스 총장에 대한 지지를 밝히며 대만 정부가 중국과 WHO에 대한 네거티브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고 반발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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