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삼중음성유방암, 최적의 표적 치료 경로 찾았다"
ELF5 단백질 이상이면, 인터페론 감마 억제 치료 병행해야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유방암 중에서도 특히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유방암(TNBC)은 면역치료 반응률이 20%도 안 된다.
환자 다섯 중 넷은 이 치료가 잘 안 듣는다는 얘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과학자들이 TNBC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신호 전달 경로를 발견했다.
ELF5라는 단백질이 제 기능을 못 해, 인터페론 감마 수용체 1을 자극하면, 인터페론 감마 신호가 활성화해 암 종양의 침습과 확산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인터페론 감마 신호의 차단이 TNBC의 급속한 전이를 막는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관련 논문은 14일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실렸다.
이 연구를 주도한 루멜라 차크라바르티 수의학 조교수는 "인터페론 감마가 일부 유형의 암에 효과적이긴 하다"라면서 "하지만 삼중음성유방암엔 인터페론 감마 신호의 차단이 최적의 치료 전략이라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차크라바르티 교수에게 ELF5 단백질은 아주 친숙한 존재다.
10여 전 뉴욕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을 때 정상적인 ELF5 단백질이 임신과 젖의 분비를 돕는다는 걸 발견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선 TNBC가 생긴 생쥐의 종양에서 ELF5 단백질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인간 환자와 똑같이 암의 전이성과 공격성이 더 높아진다는 걸 알아냈다.
ELF5의 기능을 상실한 TNBC 생쥐의 암세포에 발현하는 RNA 유전자를 검사했더니 인터페론 감마 경로의 활성도가 높아져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ELF5가 정상인 유방 세포는 인터페론 감마 신호가 약했다.
ELF5의 기능 상실은 또한 면역을 억제하는 호중구(백혈구의 일종)의 축적을 유발하기도 했다.
인터페론 감마 수용체 1에 대한 항체를 사용해 이 신호를 차단하거나, 종양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수용체 수위를 낮추면 종양의 성장과 확산이 더 느려졌다.
실제로 TNBC 환자의 유전자와 단백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ELF5의 발현도가 낮고 인터페론 감마 수용체 1의 수위가 높은 경우 암이 여러 부위로 더 빨리 퍼졌다.
차크라바르티 교수는 "환자 개개인의 치료 표적을 더 선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라면서 "만약 ELF5 발현도가 낮은 환자라면 면역치료에 더해 인터페론 감마 신호를 차단하는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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