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문' 앞 외통수 몰린 인도…누적 확진 1만명에 봉쇄령 연장

입력 2020-04-14 16:30
수정 2020-04-14 16:35
'지옥문' 앞 외통수 몰린 인도…누적 확진 1만명에 봉쇄령 연장

봉쇄 외 뾰족한 대책 없어…코로나 통제 한계 상황 닥칠 가능성

저소득층 불만도 '임계점'…경제활동 허용 시 확산 폭발 우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4일 1만명을 넘어가면서 현지 정부가 외통수에 몰린 모양새다.

3주에 걸친 국가봉쇄령에도 확산세가 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봉쇄령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길어지는 봉쇄령 때문에 저소득층의 불만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인도 정부는 이달 하순부터 감염 안전지대를 중심으로 경제 활동을 일부 허용할 방침이지만 이를 계기로 억눌렸던 확산세가 '지옥문'이 열리듯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확산 vs 제어·방역 vs 경제…갈림길에 선 인도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4일 오전 1만363명을 기록했다.

1월 30일 케랄라주에서 첫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75일 만에 누적 1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일일 확진자 증가율도 10%를 웃도는 등 증가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그러자 인도 정부는 14일로 끝나는 3주간의 국가봉쇄령을 내달 3일까지 19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한 달 반 전 우리와 확진자 수가 비슷했던 나라의 경우 지금은 25∼30%가량 더 많아졌다"며 봉쇄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봉쇄령만으로 확산세를 완전히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강도 높은 봉쇄령을 무한정 끌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제가 '올스톱'되자 인도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일용직 근로자 수백만 명은 일자리를 잃은 채 고향으로 돌아간 상태다.

수확을 앞둔 채 발이 묶인 농민들도 봉쇄령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20일부터 감염 상황에 따라 일부 지역의 봉쇄를 완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후 어느 정도 경제활동이 이뤄지면서 이동이 본격화하게 되면 그나마 억제됐던 바이러스 확산세가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몰린 셈인 것이다.



◇ 검사 수 늘자 확산세 증가…확진자 비중·치명률은 낮은 편

인도의 바이러스 확산세가 최근 가팔라진 것은 인도 정부가 검사 수를 늘린 것도 한 원인이다.

통계 서비스 사이트 월드오미터스에 따르면 인도의 코로나19 검사 수는 14일 20만6천212건이다.

지난달 31일 4만2천788건과 비교하면 2주 만에 검사 수가 5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13억5천만명에 달하는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적은 수지만 증가세 자체는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100만명당 검사받은 이의 수도 지난 8일 102명에서 149명으로 증가했다. 미국과 한국의 100만명당 검사자 수는 각각 8천894명, 1만288명이다.

당국 관계자는 이달 초 "조만간 검사 수가 늘어나면 확진자 수도 심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검사자 중 확진자 비중과 치명률이 낮다는 점은 인도로서는 위안거리다.

이날 현재 인도 검사자 중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대 초반에 불과하다.

미국, 스페인 등의 검사자 대비 확진자 비중이 각각 20%, 28%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인도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시점은 미국, 유럽과 비슷했지만 지역 사회 내 감염자는 아직 매우 적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비카스 스와루프 인도 외교부 차관은 최근 외신기자들에게 봉쇄령이 없었다면 이달 15일 인도의 확진자 수는 82만명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의 치명률도 3.4% 수준으로 이탈리아(12.8%) 등 유럽은 물론 세계 평균(6.2%)보다도 낮다.

이는 노령화된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의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도의 25세 이하 젊은이들은 무려 6억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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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민가 등은 시한폭탄… 방역 강화에 총력

인도는 지금까지는 바이러스 확산세를 어느 정도 통제했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쉽지 않은 인도의 생활 환경을 고려할 때 일정 시점 이후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중순 뉴델리 니자무딘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집회 이후 수천 명의 참가자가 전국으로 돌아가면서 확진자가 폭증했다.

최근에는 좁은 공간에서 별다른 위생 시설 없이 몰려 사는 대도시 빈민가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뭄바이의 '아시아 최대 슬럼가' 다라비의 경우 5㎢가량의 면적에 100만여명이 몰려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도 정부도 의료 장비를 보강하며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집단감염 예상 지역에 면역진단 방식의 신속진단키트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감염자를 최대한 빨리 추적하고 격리할 계획이다.

스와루프 차관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대응 지정 병원 520곳과 격리 병상 8만5천여개, 중환자용 병상 8천500개가 확보됐다. 여기에 인도 정부는 5천570곳의 의료 시설과 19만7천400개의 격리 병상, 3만6천700개의 중환자용 병상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도 정부는 2천500량의 열차를 개조해 4만개의 격리 병상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

스와루프 차관은 검사 시설은 물론 진단 키트와 인공호흡기 등 장비도 대폭 추가하는 중이라며 "검사 시설은 1월에는 1곳뿐이었으나 지금은 민관 223개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코로나19 긴급 대응을 위해 인도 정부는 최근 19억7천만달러(약 2조4천억원) 규모의 예산 투입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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