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이슬람 기구 "라마단 금식, 코로나바이러스 막아줄 것"

입력 2020-04-14 11:50
인니 이슬람 기구 "라마단 금식, 코로나바이러스 막아줄 것"

고향 방문 자제 권고…연구진 "자바섬만 100만명 감염 우려"

자카르타 교민, 현지 병원 격리 닷새째…PCR 검사 결과 나와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약 20억명의 이슬람 신자(무슬림)들이 23일께부터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에 돌입한다.



14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울라마협의회(MUI·이슬람 의결기구) 파트와 위원회 사무차장 아스로룬 니암은 "라마단 금식이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줄 것"이라고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말했다.

니암은 "새벽에 충분히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금식을 해야 한다"며 "금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사태로 모두 집에 머물면서 가족이 함께 기도할 수 있게 됐다"며 "집에 있어라. 집이 너의 빛이 되게 하라. 고향에 가지 마라. 특히 자카르타 수도권 사람들은 고향에 가지 마라"고 당부했다.



이슬람 신자가 2억7천만명 인구 중 87%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한 달간의 라마단이 끝나면 르바란이라는 명절을 즐기고, 이때 2천500만명 안팎이 고향 집에 다녀온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르바란 고향 방문(무딕)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취약계층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무딕을 공식 금지하지 않기로 정했다.

다만, 르바란 연휴 가운데 사흘(5월 26일∼29일)을 12월로 연기하고, 공무원과 군·경, 공기업 직원은 무딕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UI) 공중보건학 연구진은 무딕을 금지하지 않으면 올 7월까지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에서만 100만명이 감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연구 수행자 판두 리오노는 "고향에 가지 않는다면 감염자 수가 그렇게까지 많아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며 "현재 자카르타의 대중교통·승용차 탑승 인원을 50%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기준으로 4천557명, 사망자는 399명이다.

리오노 연구팀은 실제 감염자 수는 이미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중순에서야 중국산 신속 진단키트 50만개를 공수했고, 이후 검사를 늘리는 만큼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대량 검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인구 2억7천만명 가운데 2만7천명이 검사를 받아 1만명당 1명꼴에 그쳤다. 호주는 1만명당 140명을 검사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혈액을 이용한 신속 검사 결과 양성·음성 판정이 뒤바뀌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늘리기로 하고, 하루 1만명 이상 PCR 검사를 목표로 세웠다.



인도네시아의 한국 교민들은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검사 능력과 속도 때문에 불안이 크다.

앞서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공오균 코치가 1차 신속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격리됐다가 PCR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아 퇴원했고, 자카르타의 한국 교민 남성 A씨가 현재 닷새째 응급병원에 격리돼 있다.

A씨는 9일 현지 아파트에서 이뤄진 코로나19 방문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10일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그는 10일 오후 끄마요란의 아시안게임 선수촌 개조 응급병원 독실에 입원했다.

끄마요란 응급병원에 한국인이 격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아무런 증세가 없다. 가족과 교민들은 A씨가 응급병원에서 감염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응급병원에는 확진자 340여명과 감염 의심 환자 등 500여명이 입원 중이다.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응급병원에 격리된 상태라 PCR 검사 결과가 나와야 다음 조치를 할 수 있다"며 "PCR 결과가 속히 나올 수 있도록 현지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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