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계에 몰린 기간산업 지원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입력 2020-04-13 11:49
[연합시론] 한계에 몰린 기간산업 지원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주요 기간산업이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매출 절벽으로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항공, 해운, 조선, 제철, 자동차, 정유 등 기간산업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등뼈이다. 이들 산업의 위기는 전후방 업체까지 도미노처럼 확산하면서 금융과 시장 불안으로 연결되고 일자리와 투자는 물론 소비까지 잠식한다. 대기업의 부실화가 국가 경제와 민생에 어떤 충격을 가하는지는 20여년 전 외환위기 때 뼈저리게 경험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네차례 민생경제회의를 통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수출기업 등에 대한 150조원 규모의 대책을 쏟아냈으나 극심한 매출 가뭄으로 자금난에 봉착한 대기업에 대해서는 특혜 시비 등을 의식해 종합 처방에 신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가 아닌 퍼펙트 스톰 국면이어서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무작정 돈을 퍼부을 수는 없겠지만 지원 속도가 빠를수록 비용은 적어지고 효과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 원칙과 대상을 조속히 확정해 실행에 옮기길 바란다.

13일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10일 수출액은 코로나19가 우리 산업에 어떤 타격을 주고 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 기간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6% 감소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각각 1.5%와 7.1% 줄어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무선통신기기(-23.1%)와 자동차부품(-31.8%), 석유제품(-47.7%)은 추락 폭이 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이런 현상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수출 부진이 5∼6개월 이어진다면 이를 견뎌낼 수 있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빈사 상태다. 업계 리딩 기업인 대한항공은 3월 여객수송량이 75.7% 감소했다. 이 업체는 비행기가 날개를 접으면서 직원 70% 이상에 대해 6개월간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수요 부진에 유가 급락 등 온갖 악재가 몰아친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는 충격적이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4개사의 1분기 영업적자는 사상 최대인 2조5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년 연속 선박 수주 세계 1위였던 조선업계는 1분기 선박 발주가 71% 급감했다. 자동차는 해외 생산 기지의 가동 중단과 수요 격감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생필품 업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어느 업종에서도 성한 곳을 찾기 힘들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았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도 결정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절박성이나 기간 산업 보호에 엄청난 자금을 수혈하는 해외 주요국보다 우리 정부는 너무 굼뜨게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미국은 항공사 등 핵심 기간산업 대출 55조원을 포함해 기업 대출과 보증에 600조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독일은 530조원의 기업 대출 보증과 함께 132조원의 기금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프랑스도 은행의 기업 대출 보증을 위해 400조원 가까이 투입하기로 했다. 물론 어려움에 빠진 모든 기업을 안고 갈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경쟁력을 잃고 몇 년간 실적 악화가 지속한 기업에 돈을 넣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대주주의 책임, 경영진과 노동자의 고통 분담 등 자구노력 원칙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돌발 변수를 맞아 어쩔 수 없이 경영난에 처하거나 국가가 전략적으로 끌고 가야 할 기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야 한다. 지원에 따른 조건을 기업에 지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한 만큼 폭넓은 유연성도 발휘해야 한다. 구조적 부실기업이 아니라면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는 선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해외의 경쟁 기업에 밀리지 않도록 신속·과감한 자금 지원을 통해 코로나 사태가 지나갈 때까지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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