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우울한 부활절…봉쇄령에 유럽 주요 도시 '텅텅'

입력 2020-04-13 05:25
수정 2020-04-14 14:14
코로나19 속 우울한 부활절…봉쇄령에 유럽 주요 도시 '텅텅'

누적 확진자 87만명, 사망자 7만6천명 넘어서…확산세는 둔화

교황, 사상 첫 온라인 중계 부활절 미사 주례…각국 연대 강조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인명 피해가 지속해서 불어나는 가운데 확산 속도는 다소 더뎌지는 추세다.

12일(현지시간) 실시간 국제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유럽대륙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87만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전체 누적 확진자 수(183만여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가별로는 스페인이 16만6천19명으로 가장 많고 이탈리아 15만6천363명, 프랑스 13만2천591명, 독일 12만7천7명, 영국 8만4천279명 등으로 77%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 벨기에 2만9천647명, 네덜란드 2만5천587명, 스위스 2만5천407명, 포르투갈 1만6천585명, 러시아 1만5천770명, 오스트리아 1만3천945명, 스웨덴 1만483명, 아일랜드 9천655명, 폴란드 6천674명, 노르웨이 6천485명 등의 순이다.

유럽의 누적 사망자 수도 7만6천여명에 달한다. 전 세계 사망자(11만3천여명)의 67%다.

이탈리아 1만9천899명, 스페인 1만6천972명, 프랑스 1만4천393명, 영국 1만612명, 벨기에 3천600명, 독일 2천908명, 네덜란드 2천737명, 스위스 1천106명, 스웨덴 899명, 포르투갈 504명, 오스트리아 350명, 아일랜드 334명 등이다.

영국에선 이날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5번째로 누적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바이러스 확산세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탈리아에서 이날 집계된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4천92명, 431명으로 전날보다 모두 줄었다. 특히 사망자 규모가 400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9일 이래 24일 만이다.

독일도 신규 확진자 수가 3천522명으로 사흘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22일(2천935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 감염 규모가 가장 큰 스페인은 봉쇄령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먼저 제한적인 봉쇄령 완화 계획을 내놓은 오스트리아나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행보를 뒤따르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재택이나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건설업과 제조업 일부 부문의 활동제한을 13일부로 해제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스페인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자 비필수 경제 부문의 활동을 14일간 전면 중단시킨 바 있다. 국가비상사태와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은 이달 25일까지 유지된다.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 치료를 받아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퇴원했다.

존슨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퇴원 소식을 알리며 의료진이 자신의 생명을 살렸다며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총리실은 퇴원한 존슨 총리가 당분간 지방관저인 체커스에서 머물 예정이며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업무엔 바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상 유례없이 쓸쓸한 부활절

코로나19가 초래한 각국의 이동제한령으로 올해 부활절은 사상 유례없이 쓸쓸하게 지나갔다.

부활절은 유럽 문명의 근간인 기독교 최대 축일이다. 예년의 경우 부활절 연휴를 맞아 유럽 주요 도시의 거리 곳곳이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올해는 거리에서 인적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황량한 모습이었다.

전 세계 13억 신자를 가진 가톨릭의 총본산으로 불리는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선 소수의 사제와 성가대만 자리를 지킨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부활대축일 미사가 진행됐다.

성베드로대성당은 물론 평소 같으면 수많은 신자와 순례객들이 운집했을 성베드로광장도 텅 비었다. 경찰은 미사 시간대 성베드로광장에 울타리를 치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신자들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미사 영상을 보며 예배에 동참했다.

성베드로대성당 중앙 제대 앞에 홀로 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 강복 메시지를 통해 전례 없는 위기 극복을 위해 글로벌 차원의 연대를 호소했다.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전날 밤 TV 연설에서 전염병의 유행으로 인류애가 시험대에 섰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불안감과 불신이 팽배한 사회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더 신뢰감과 이해심 있는 사회를 원한다"면서 "우리 이웃들이 건강하고 강하게 이겨내지 않으면 독일도 이 위기를 강하고 건강하게 이겨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는 이날 저녁 밀라노의 상징인 두오모 대성당에서 관객 없는 '희망의 콘서트'를 열고 '아베 마리아', '산타 마리아', '어메이징 그레스' 등을 열창하며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했다.

유튜브로 중계된 이 콘서트는 전 세계 200만명이 동시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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