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위기진단] "적극적 재정정책 펼 때…재정 더 풀어야"
긴급재난지원금 "급하니 다주자"·"일단 주고 추후 선별환수"·"선별지급" 이견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장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당분간 적극적 재정 정책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지급 범위가 논란이 되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는 피해를 본 이들에게 주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는다면서도 방법론에서 이견을 보였다.
12일 연합뉴스가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등 경제연구기관장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정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일단 경제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야 하므로 재정 건전성은 부차적 문제"라며 "재정 지출을 충분히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국가 위기 상황인 만큼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생산, 소비가 동시에 위축된 상황에서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의 연쇄 도산이 발생하면 더 큰 경제 침체를 불러일으킬 것이므로 재정 투입으로 그런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금은 경쟁력 있는 기업, 산업들도 일시에 몰아닥친 경제 충격으로 무너질 수 있는 비상상황이므로 재정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은 "재정 지출이 아직은 체감되는 단계가 아닌데, 체감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실행돼야 한다"며 "재원에 한계가 있어서 모든 곳에 재정 지출을 할 수 없으므로 정말 해야 할 곳에 집행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9조원대 재정이 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 위주로 지급하는 게 맞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빠른 지급이 중요한 만큼 '모두에게 주자', '전 국민에게 준 뒤 추후 환수하자', '그래도 선별해서 주자'는 견해가 뒤섞여 나왔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여야 정치권이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고 요구하면서 지급 범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원칙적으론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면서도 "정책 시행이 지연되고 모든 사람을 선별할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모두에게 주는 것이 시장 왜곡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긴급재난지원금은 피해를 본 가계에 지원하는 게 취지에 맞다"면서도 "대상자 선정 기준 마련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일단 신청자 모두에게 선지급하고 나중에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도 "기본적으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긴급성과 시행 과정의 행정 비용을 고려할 때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되, 내년에 올해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세로 환수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공평하게 지급하는 방식은 재정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소비 진작 효과도 명확하지 않아 국가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재원이 한정돼 있으므로 효율적 집행을 위해선 도움이 꼭 필요한 자영업자, 저소득자 등에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은 "선별하는 데 행정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정부로서는 고민이 있겠다"면서도 "우리 재정 여력이 많지 않은데 돈 쓸 곳은 많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연구기관장들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내수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추가 대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기업 투자 촉진, 성장동력 확충 등을 위한 지원책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근 원장은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을 대비해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성장력의 원천이면서 고용 시장을 주도하는 섹터인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내수 지원책과 관련해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기적 현금성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코로나 이후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원장은 "경제 조기 회복을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차별 없는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투자 심리를 되살릴 특단의 조치로 각종 투자세액공제 공제율을 높이고 법인세는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지상 원장은 "생활방역체제로 진입한 중기에는 소비 진작책과 함께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경기 부양책이 있어야 한다"며 "서민 주거복지 지원, 생활 SOC 투자 등 경기부양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건설투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성장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상호 원장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가 경기 부양이라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정부 정책은 피해를 본 가계와 기업을 구제하고 실물 부문의 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지는 2차 충격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감염 우려 없이 여가 등 소비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관광·여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그 기간에 우리 관광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yjkim8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