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월에 열고 싶다는데…파우치 "시점은 바이러스가 결정"

입력 2020-04-11 01:21
수정 2020-04-11 04:31
트럼프 5월에 열고 싶다는데…파우치 "시점은 바이러스가 결정"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후퇴할 때 아냐" 조기 정상화 '경고'…격론 예고

"약 일주일내 꽤 많은 수의 항체검사 가능할 것…면역증 교부도 논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10일(현지시간)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에서 후퇴할 때가 아니라며 경제활동 재개를 결정하는 것은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달 경제 정상화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섣부른 국가경제 셧다운 해제에 다시 한번 선을 그은 것이다.

미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간판'격인 파우치 소장은 이날 CNN방송의 '뉴데이'에 출연,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이 5월 1일 전에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경제 활동을) 여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바이러스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핫스팟'(집중 발병지역)인 뉴욕 상황을 거론하며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일부 좋은 징후들"이라면서 많은 경우, 특히 뉴욕의 경우 발병곡선이 완만해지고 호전된 것을 보기 시작했다면서도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기 전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를 보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성급하게 거기에서 나왔다가 같은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파우치 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 지금은 뒤로 물러설 때가 아니다"라며 부활절 주말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점진적 방식으로 나라를 근본적으로 다시 열어 정상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를 찾고 있다면서 코로나19 TF 차원에서 날마다 자료를 들여다보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정은 그 급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병 추세 하락에 대한 확실한 입증 없이 이뤄지는 조기 정상화에 대해 경고음을 낸 파우치 소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앤서니 파우치의 경고는 보건 전문가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촉구에도 불구,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5월에는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가운데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달 미국의 상당 부분을 다시 여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서 비공개적으로 5월1일까지 기업 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전략을 추구해왔다고 관련 논의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부 및 외곽의 참모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달이 끝나기 전에 나라의 상당부분을 다시 여는 방안을 제시하기조차 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언제 다시 열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활동 정상화와 관련, 백악관 참모들은 집중발병지역으로 꼽히는 주(州)들은 일단 제외하는 내용의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해왔다고 WP는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희망컨대 우리는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조만간 다시 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이미 한차례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의 재연장 내지 철회 문제를 놓고 행정부 안팎에서 격론이 재연될 공산이 커 보인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전날 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과학계가 '당신은 이렇게 할 수 없다. 너무 빨리 나간다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하길 희망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정상화 계획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한편 파우치 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 항체 검사가 일주일 정도 내에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상당히 많은 숫자의 검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항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경우 면역증을 교부하는 방안이 코로나19 TF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누가 더 (감염에) 취약한지 아닌지를 분명히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라며 의료 종사자 등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있는 이들에게 항체검사가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항체검사는 혈액 샘플을 분석해 특정 항체가 생성됐는지 확인함으로써 코로나19 감염과 면역성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검사다.

파우치 소장은 인터뷰에서 NBC방송 간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누군가 자신의 역을 연기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모른다. 그러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웃으며 대답한 뒤 진행자가 배우 이름을 몇 명 대자 "오, 물론 브래드 피트"라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파우치 소장이 농담으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SNL에서 자신의 역을 맡아 연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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